“사수도를 사수하라” 제주·완도, 이번엔 해역관할 다툼

오재용 기자 2023. 7. 2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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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민간 기업에 풍황기 허가 내주자… 제주도, 헌재에 심판 청구
제주도 추자도 부속섬인 사수도. 사수도는 무인도이자 천연기념물 제333호로, 제주시 추자도에서 23.3㎞, 완도 소안도에서는 18.5㎞ 떨어진 섬이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사수도는 제주도 관할’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이후 제주시는 국가기본지도에 표시된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사수도 해상을 관리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제주도 부속 섬인 추자도 인근 ‘사수도’를 둘러싸고 제주도와 전남 완도군이 갈등을 빚고 있다. 관할권이 자기들에게 있다고 서로 주장하기 때문이다.

27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달 완도군을 상대로 사수도 점용·사용권에 대한 ‘권한 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지방자치단체끼리 권한 행사를 놓고 분쟁이 있을 때 심리를 벌여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사수도는 무인도이자 천연기념물 제333호로, 제주시 추자도에서는 23.3㎞, 완도 소안도에서는 18.5㎞ 떨어져 있다.

이번 청구는 완도군이 4~5월 사수도 인근 해상에 민간 기업이 풍황 계측기 2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공유 수면 점·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촉발됐다. 풍황 계측기는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측정하는 장비인데, 해당 기업은 해상 풍력발전 사업의 시장성 조사 차원에서 점·사용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도군의 허가에 대해 제주도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완도군이 공유 수면 점·사용 허가를 검토한 사례 중 5건이 국가 기본 지도상 사수도 해상 경계에 있거나 안쪽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이철원

제주도는 이에 따라 완도군이 4월 6일, 5월 8일 각각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한 점·사용 허가를 내준 2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나머지 3건은 완도군이 아직 점·사용 허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허가를 내주면 권한 쟁의 심판을 추가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제주도는 말했다.

제주도는 또 지난 4월 ‘사수도는 제주도 섬으로 귀속·관리되고 있다. 사수도 인근 해상에 허가 예정인 점·사용 신청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적정한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으로 완도군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완도군은 “사수도 인근 해역에 대해 명확한 관할 주체는 없다”며 “육지에 해당하는 섬에 대한 판결은 났을지라도 그것이 해상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국가와 국가 간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지자체 간에도 이를 반영한다면 무인도인 사수도는 사람이 살고 있는 제주 추자도보다는 완도 소안도가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업자가 완도군에 공유 수면 허가를 낸 것이고, 이러한 허가가 적법한지에 대해선 전남 진도 항로 표지사무소와 국방부, 완도해양경찰 등 법적 협의 기관 6~7곳의 법적 검토를 마쳤고,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는 회신까지 받았다고 완도군 관계자는 말했다.

이처럼 완도군이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은 해상 풍력발전 사업과 관련돼 있다. 재정 자립도가 낮고 외부 자본이 들어오기 어려운 완도군으로선 이 사업이 지역 소멸을 방어하며 지역을 이끌어갈 중요한 민자 사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도는 국가 기본 지도 해상 경계선상 사수도의 점·사용 허가권은 제주도에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청구 사유를 인지한 지 60일 이내, 청구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해야 하므로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이미 구성한 해양 경계 대응 전담 팀을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수도를 둘러싼 제주도와 완도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수도 관할권 분쟁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완도군이 사수도를 ‘장수도’로 명명한 데 이어 ‘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 지적까지 부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완도군은 ‘1961년 국무원 고시에 따르면 북제주군(현 제주시)이 주장하는 사수도는 해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북제주군이 근거 없는 행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주도는 사수도가 1919년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로 등록됐고, 1972년에는 추자초등학교 육성회가 정부에서 소유권 이전까지 마쳤다. 또 내무부 1973년판 ‘도서지’에서도 사수도를 추자면 부속 도서에 포함했고, 1999년 국립해양조사원 해도에도 ‘장수도’이지만 제주 해경 관할로 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수도 관할권 분쟁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8년 ‘사수도는 제주도 관할’이라고 판단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제주시는 국가 기본 지도에 표시된 해상 경계선을 기준으로 사수도 해상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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