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쿠데타로 흔들리는 사헬 지역…러·바그너 개입 우려도
사헬 지역에서 세력 키워온 러시아, 이번 쿠데타에 개입할까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아프리카 사헬 지역이 흔들리고 있다. 사헬 지역의 안정 유지를 위한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진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다. 국제사회는 군부에 의해 구금된 니제르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한편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의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방해하지 말고 법치를 존중하라"며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말리, 부르키나파소, 그리고 현재 니제르에는 군사 정권이 있고, 수단에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사하라 이남 전체 벨트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이는 평화를 위한 노력과 민간인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규탄했다.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배했던 프랑스에서도 바줌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바줌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석방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니제르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존중과 즉각적인 회복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니제르에 약 1500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경을 폐쇄하라는 니제르 군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니제르에 군용기를 착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니제르가 속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성명에서 "사헬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잡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니제르 군인 10여 명은 전날 국영 TV를 통해 "현 정권을 끝맺기로 결정했다"며 성명을 내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들은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통령궁을 봉쇄하고, 바줌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억류 중이다.
◇니제르의 바줌 대통령, 사헬 '쿠데타 벨트'의 남은 친서방 지도자
바줌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2월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초로 평화적·민주적 절차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니제르는 독립 이래 네 차례의 군사 쿠데타를 겪었다.
니제르 주변의 사헬 지역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쿠데타 벨트'라는 악명을 떨쳤다.
아프리카 대륙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긴 벨트 형태의 이 지역은 이슬람, 아랍, 기독교, 유목 문화 등 여러 문화가 섞여 빈곤과 치안, 종교적 문제로 갈등이 이어져 왔다.
2020년 말리, 2021년 기니, 2022년 부르키나파소에서 잇따라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다. 2021년 3월 바줌 대통령이 취임하기 며칠 전에도 니제르에서는 군부대가 대통령궁을 점령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말리에서는 정부와 이슬람 무장세력 간 갈등이 쿠데타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사헬 지역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세력을 크게 확장해 왔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1800건이 넘는 테러로 약 46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말리, 부르키나파소가 있는 니제르 국경 지역에서 위협은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파생 세력의 활동이 증가하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바줌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흔들리는 사헬 지역의 보루 역할을 하는 친(親)서방 지도자로 꼽혔다.
독일 싱크탱크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의 사헬 지역 전문가 울프 라에싱은 도이치벨레(DW)에 "바줌 대통령은 사헬 지역에서 서방의 유일한 희망이었다"며 "프랑스, 미국, 유럽연합(EU)은 이 지역에서 보안군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니제르의 치안 강화를 위해 2012년부터 약 5억 달러(약 6400억원)을 지출했으며, 유럽연합도 니제르에서 3년간 군사 훈련 임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도 300명의 군인을 파견한 상태다.
◇사헬 지역에서 세력 키워온 러시아, 이번 쿠데타에 개입할까
문제는 사헬 지역의 쿠데타가 단순히 정부와 이슬람 반군 간 갈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사헬 지역의 자원을 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친러·친중 세력이 확대하며 반(反) 서방 감정이 커졌고, 프랑스군 등 일부 서방 지원군이 철수하며 안보 공백이 생겼다.
이슬람 테러 세력은 이 안보 공백을 비집고 활개쳤는데, 이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게 러시아다. 러시아는 사헬 지역의 잇따른 쿠데타 이후 이 지역에 용병과 무기를 투입하며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말리의 두 번째 쿠데타(2020년) 이후 러시아 군 고문들이 말리에 도착했다"며 "러시아는 바그너 그룹을 통해 지하디스트에 대항할 용병대를 제공했고, 2022년 중반에는 무기를 배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이나 러시아가 니제르 상황에 개입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니제르의 쿠데타를 "식민지 개척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언급하며 '해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측에서는 아직 러시아나 바그너 그룹이 니제르 쿠데타에 개입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발표하며, 미국은 니제르에 있는 미국 시민들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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