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승인 없이 급여 14% 올려… 정부, 총장 해임 건의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설립을 강행하며 지난해 초 개교한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가 이사회와 정부 승인 없이 직원 임금을 10% 넘게 올리고, 200억원 넘는 연구 프로젝트 사업비를 인건비 등으로 전용(轉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공대는 이런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도 상급 기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숨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전공대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건의했다. 국민 세금인 정부·지방자치단체 출연금과 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낸 출연금으로 조성한 한전공대 예산이 엉뚱한 데 사용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한전공대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 의무 미이행과 불성실한 후속 조치 등을 이유로 윤의준 총장을 이사회에 ‘해임 건의’하고, 대학에는 출연금 관리 소홀에 대해 기관 경고·주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유관 대학의 총장 해임을 건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산업부는 한전공대가 지난해 9월 진행한 업무 진단 컨설팅 결과를 공개·보고하지 않고 은폐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4월 24일부터 해당 컨설팅 결과를 포함한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대학 측은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고 2022년 임금 인상률을 13.8%로 결정해 지난해 공대 직원 1인당 연봉이 300만~3500만원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과 정관에 따르면 해당 사업 연도가 시작되기 전 임금 인상률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받고,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내부 결재만으로 마음대로 인상을 결정했다”고 했다.
학사 운영이나 연구 프로젝트 등으로만 용도가 제한된 정부·지자체 출연금 중 208억원을 인건비·경상경비 등 기관 운영비로 전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해당 비용은 한전과 전력그룹사 출연금에서 써야 하지만, 학교는 우선 정부·지자체 출연금에서 비용을 집행하고 정산하는 방법을 택했다. 연구 과제 수행과 관련이 적은 무선헤드폰, 신발건조기 등 범용성 비품을 연구비로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또 직원 47명은 허위 근무, 시간 미준수 등 시간 외 근무수당으로 1700만원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팀장급 직원은 외부에서 시스템에 접속해 퇴근 시간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25회에 걸쳐 320만원을 타 간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카드에서도 분할결제, 공휴일·휴무일 사용 등 총 264건, 1억2600만원에 달하는 부적절한 사례가 확인됐다. 업무추진비 관련 부적정 사안도 28건 적발됐다.
산업부는 “한전공대는 업무 진단 결과 이같이 중대한 사안이 드러났지만, 수개월 동안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 감사의 비위 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또 비위 관련자 6명에 대한 징계와 주의·경고 83건 등 엄중한 처분을 한전공대에 요구했다. 부당하게 수령한 시간외 근무수당과 연구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된 연구비 등 5900만원도 환수 조치 하기로 했다.
주 출연기관인 한전은 “정부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대학이 조치 요구 사항을 조속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한전공대 측은 재심을 요청하고 나섰다. 학교 측은 이날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총장의 해임이 필요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해당하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심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올해 한국에너지공대 예산 1986억원 가운데 한전과 전력그룹사 출연금은 1106억원이며, 정부 출연금은 310억원, 지자체 출연금은 2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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