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 쇼이구에 ‘무기 세일즈’… 야간 열병식엔 또 ICBM

김은중 기자 2023. 7. 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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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北·中·러 밀착 과시
김정은, 무기 하나하나 직접 설명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평양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 군사 대표단과 함께 무기 전시회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평양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무기 전시회를 찾아 각종 미사일과 신형 무인기 등을 함께 둘러봤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국방 수장의 이례적 방북으로 북·러 무기 거래 의혹에 힘이 실린 가운데, 국제사회에 보란 듯이 ‘무기 세일즈’를 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각각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중·러가 6·25전쟁 정전(停戰) 70주년을 계기로 결속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김정은은 이날 쇼이구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통신은 “국방 분야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핵 폭주와 관련해 지지한다는 뜻을 상호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쇼이구 장관은 김정은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선물을 교환했다. 쇼이구 장관은 국방성이 주최한 환영 연회에선 “조선인민군(북한군)은 외부 세력의 위협을 믿음직하게 막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강한 군대”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6일 무장장비전시회장을 찾았다./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무장장비전시회-2023′에서 쇼이구 장관과 나란히 걸으며 무기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전시회장 한쪽에 자리를 마련해 환담을 나눴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보면 전시장에 ‘화성-18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뿐만 아니라 미군의 첨단 기종인 글로벌호크·MQ-9 리퍼와 동체 모양이 닮은 중·대형 무인기가 최소 2대 등장한다. 외부에 처음 공개되는 것인데 활공형 유도폭탄, 대전차미사일 등이 탑재된 공격형 무인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러시아가 ‘무기 쇼핑’을 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북·러 간 무기 거래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우군(友軍)이 사라진 러시아가 전쟁 가용 무기가 부족해지자 북한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포탄 등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지대공미사일(SA-5)의 경우 부품 상당수가 러시아제일 정도로 무기 호환성이 높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이나 600㎜ 초대형 방사포(KN-25) 등도 유력한 수출 후보로 거론된다. 외교 소식통은 “당장 이번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가능성을 시사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고 했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러시아도 찬성표를 던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7일 무인 공격기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은 중국 대표단으로 방북한 리훙중(李鴻忠)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과도 만났다. 리 위원에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친서를 전달받은 김정은은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언제나 중국 인민과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 대표단을 위한 환영 연회도 최룡해 등이 주재해 따로 열렸는데, 리 부위원장은 “두 나라 인민에게 행복을 마련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 번영과 발전에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이런 분위기에 보조를 맞췄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70년 전 핵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동원해 미국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정의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중·러 대표단은 김정은과 전승절 기념 공연을 나란히 관람한 데 이어 27일 오후 8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식과 열병식에도 참석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중·러 대표단이 전승절 행사에 동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은 군 열병식에 ICBM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신형 무기들을 대거 등장시켜 중·러가 이를 승인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구도가 명확해졌다”며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북·중·러 3국이 결속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와 북한이 접촉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누구도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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