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장관 “지류 정비… 포스트 4대강 시동”

박상현 기자 2023. 7. 28.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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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지방 하천도 관리
국회, 수해 방지 하천법 개정
중부 지역을 강타한 집중 호우로 지난 16일 충남 논산시 논산천 제방 일부가 유실돼 성동면 원봉리 농경지로 흙탕물이 밀려들고 있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홍수에 취약한 지방 하천에 대해 중앙 정부가 하천 공사를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충남소방본부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중앙정부가 지류·지천 등 지방 하천의 정비 공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하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동안 주요 하천의 본류만 국가가 직접 치수(治水) 관리를 해왔고, 지류와 지천은 지방자치단체에 맡겨 놨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 하천은 국가 하천보다 준설 등 정비 사업이 원활하지 않아 홍수에 취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충청권과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수해(水害)도 정비가 미비한 지류와 지천에서 발생했다. 국가 하천을 ‘4대강 사업’으로 정비한 데 이어 지방 하천을 대상으로 한 ‘제2의 4대강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하천법 개정안 통과 직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본지 통화에서 “지류와 지천을 정비하는 ‘포스트 4대강 사업’의 시동을 걸겠다”며 “(지류·지천) 준설과 제방 구축, 댐 신축과 리모델링 등 각종 치수 대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등 가능한 행정 절차를 압축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장마철 기록적 폭우로 홍수 피해가 속출하자 수해 방지 법안들을 논의해 왔다. 가장 먼저 처리한 하천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50명 중 찬성 249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전날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를 거쳐 오후 본회의까지 신속하게 처리됐다. 개정안은 정부가 공포하면 바로 시행된다.

하천법 개정으로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멈춘 국가 주도의 치수 사업이 다시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세계 주요국은 기후변화로 극한 호우와 가뭄 피해가 반복되자 다양한 이·치수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주(州) 정부 주도로, 일본·프랑스는 국가 주도로 댐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역대 최장 장마’ 당시 남부 지방에서 큰 홍수 피해를 겪고도 2021년 1월 멀쩡한 4대강 보를 부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 주도의 댐 건설 중단 선언도 했다. 작년 태풍 ‘힌남노’로 지방 하천이 범람한 포항의 경우 2017년부터 해당 하천에 항사댐을 지어달라고 문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계속 미뤄지다 지난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댐 건설을 위한 타당성 검토 절차가 시작됐다. 문 정부는 하천 관리 등 치수(수자원) 예산을 2015년 2조4000억원에서 2020년 1조2000억원으로 반 토막 내기까지 했다.

4대강 사업은 국가 하천인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의 본류를 정비하고 보 16개를 만들어 이·치수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2013년 본류 정비를 마치고, 지류·지천(지방 하천)에 대한 준설 등 정비 공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 단체와 야당 등이 ‘강 파괴’라고 반대해 지류와 지천에 대한 정부 주도의 정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자체는 지류와 지천을 대규모로 정비할 여력이 부족하다. 그 결과 2020년에 이어 올해도 지방 하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명 피해를 낸 오송 지하 차도 참사도 금강의 대표적 지류인 미호강이 넘치며 벌어졌다. 이번에 금강 지류인 의당천, 정안천, 제민천 등이 범람해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반면 4대강 사업을 마친 주요 하천의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없었다. 2020년 홍수 피해가 가장 컸던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다. 당시 남원둑이 터지는 등 섬진강이 범람하며 남원시·구례군·곡성군·하동군 등에서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 등으로 1600여 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빈번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려면 하천의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바닥을 파내 강의 ‘용량’을 키우는 준설 작업 등을 하면 홍수·가뭄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이런 하천 정비가 국가 하천의 본류에 이어 지방 하천에서도 이뤄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농림부와 협의해 농업용 댐을 이·치수 기능을 갖춘 다목적댐으로 리모델링하고, 용도 폐기한 농업용 저수지를 홍수 예방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댐 건설도 논의 중이다. 여기에 지방 하천 정비까지 더해 기후변화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신속한 치수 대책 마련을 위해 복잡한 행정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수계 기금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쓰이던 수계 기금의 용도를 가뭄과 홍수 같은 물 관련 재해 대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내용이다. 문 정부는 수질 관리를 하던 환경부에 국토부의 수량 관리 기능을 넘기고도 수계 기금은 수질 관리에만 쓰도록 묶어놨다. 그 결과 환경부는 올봄 남부 지방 최악의 가뭄 때 2399억원에 달하는 수계 기금을 관리하면서도 가뭄은 수량과 관련 있기 때문에 한 푼도 쓰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문 정부의 물관리 실책 중 하나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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