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어떤 말들이 포퓰리즘을 불러오는가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2023. 7. 2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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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갔어도 바뀔 것 없다”
“주말 골프 무슨 문제냐”
“이러니 대통령 화가 나시지”
공감·위로 찾아보기 힘든 말들
가장 중요한건 지도자의 말
정부·여당 의도와는 다르게
국민을 포퓰리즘으로 밀어낼 것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말이 관용구로 쓰이지만 대부분의 재난은 인재다. 재난의 본질이 그렇다. 예방에 성공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예측에 성공하면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을 대피라도 시켰을 것이다.

경북과 충북 내륙 지역을 강타한 이번 폭우가 산사태와 제방 붕괴를 일으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켰지만 위기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작년 여름 수도권 폭우 피해의 기억 때문인지 당국과 지자체는 미리 상당한 대비를 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메시지도 적지 않았다. 이런 활동은 언론에도 반영돼 배수 시설과 취약 지역 점검을 독려하는 뉴스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나서 보니 곳곳이 구멍투성이였다. 성공한 대비와 예방은 겉으로 드러날 수 없다. 오직 실패만 사고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의 위기 대응 트렌드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것 이상으로 가고 있다. 잠재된 위기 요인 발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비 태세 강화가 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바뀌고 있다. 자연재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 재난, 흉악 범죄, 방첩, 산업 안전, 팬데믹, 기업 경영 모두에 해당한다. 매뉴얼을 더 촘촘히 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매뉴얼 바깥의 문제에 입체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천·영주의 산사태와 청주의 지하 터널 침수도 이런 관점에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는 대체로 현장, 전문가, 관계 당국의 몫이다.

그다음, 아니 그 이상은 지도자의 몫이다. 검증받은 전문가를 미리 적소에 임명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사고 발생 후에는 정확한 보고를 받아 통상 수준 이상의 인적·물적 자원 투입을 승인하고 책임지는 것. 더불어 구성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이를 위한 의제를 뽑아내는 순서다. .

참사는 사회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안기고 오랫동안 트라우마도 남기기 마련이지만 지도자가 자기 몫을 다하면 국가 통합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 희생, 헌신, 위로, 단결 같은 가치가 부상하면서 나라가 하나로 뭉치고 사회적, 제도적 변화의 여러 걸림돌과 관행이 제거되면서 혁신이 추동된다. 코미디언 출신 초보 정치인이 대국을 자극해 전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조롱받았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경우 지금은 자국의 대러 항전뿐 아니라 글로벌 가치 동맹의 상징이 됐다. 우리의 경우에도 1990년대 초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형 참사가 개발 시대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성찰, 책임 감리 제도 확립 등의 변화를 불러왔다.

전문가와 관계 당국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조적 문제가 핵심인지 개인의 미숙이나 일탈이 문제인지는 차분하고 꼼꼼히 따져야 한다. 급해선 안 된다. 현장 말단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도, 책임자가 ‘정무적 책임’을 지는 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역할 수행은 지금 짚어볼 수 있다. 대통령실과 충북도에서는 “현장 갔어도 바뀔 것은 없었다”는 식의 발언이 나왔고 대구시장은 “주말에 골프 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했다. 여당 대표는 공무원들을 질타하면서 “이러니 대통령이 화가 나시지”라고 말했다. 공감도 위로도 찾아 보기 힘든 발언들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범람하는 강에 비유하면서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조국의 운명을 지하 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이상한 야당 의원은 그 자체로 욕먹어 마땅한 사람이지, 정부·여당 지도자들의 변명거리가 될 수도 없다.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의제 도출 역시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규모 인명 피해 발생 후 첫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 복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치수 역량이나 전 정부의 4대강 사업 ‘청산’ 과정에 대한 점검도 다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스스로를 타자화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제 위기 대응 시스템의 여러 문제점들이 도마에 올라오겠지만 제일 시급한 것 중 하나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의 위기 관리 메시지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이야기, 공감과 위로에 무감한 표정을 포퓰리즘에서 벗어난 것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국민을 포퓰리즘쪽으로 밀어내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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