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학대 고소에 멍드는 교사들… 전북교육청, 교권 보호 팔 걷었다

박영민 기자 2023. 7.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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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A 씨는 올해 또래 아이들보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제자를 쉬는 시간에 따로 가르쳤다가 학부모에게 막말을 들었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북도교육청이 교권 침해 방지와 교사들의 교육활동 보호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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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전북지역 교권 침해 455건
인권조례 만들어 악성 민원에 대처
교육지원센터 내 치유센터도 운영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북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에 조문객들이 적은 메모가 붙어 있다. 전북도교육청 제공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A 씨는 올해 또래 아이들보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제자를 쉬는 시간에 따로 가르쳤다가 학부모에게 막말을 들었다. 학부모는 전화로 “왜 우리 아이만 차별하느냐. 쉬는 시간에는 놀아야 하지 않느냐”며 학교까지 찾아와 A 씨에게 따졌다. A 씨는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위해 수업 시간에도 별도 학습지까지 주며 가르쳤는데 고맙다는 말 대신 막말과 항의만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B 씨는 지난해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급식실에 축구화를 들고 온 학생에게 “맨 뒷줄로 가라”고 하자 학생이 급식실 식탁을 쳤고 이 과정에서 B 씨가 욕을 했다는 것이다. B 씨는 “욕을 하지 않았고, 만약 욕을 했다면 듣고, 본 사람이 있었을 것 아니냐”며 학생의 거짓 증언을 토로했지만 학부모는 받아주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됐고 경찰은 ‘불송치’를, 검찰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B 씨는 아동학대 오명을 벗었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내내 학교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북도교육청이 교권 침해 방지와 교사들의 교육활동 보호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7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북지역 교단에서는 모두 455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2018년 102건이었던 교권 침해 사례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86건과 47건으로 줄었지만 2021년 108건, 2022년 112건으로 늘었다.

학부모들의 아동학대 고소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전북에서는 모두 29명의 교사가 고소당했다. 이 가운데 24건(82.8%)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재판까지 간 경우는 1건이다.

이처럼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막말과 욕설, 폭력에 시달리거나 고소당해 어려움을 겪자 전북도교육청은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를 구제하기 위해 올해 4월 만든 ‘전북교육인권조례’를 토대로 교권 보호를 나서기로 했다.

우선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전북교육지원센터 내에 교원치유센터를 두고 △개인 상담 및 진료 지원 △학교 단위 교원치유 프로그램 △교원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 △숙박형 교원치유 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전북도교육청은 교원의 전문 상담과 진료를 위해 전북지역 50개 전문 상담기관 및 31개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238명이 개인 상담을, 86명은 진료 지원을 받았다.

교육활동 보호 법률지원단도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전문적이고 신속한 법적 대응과 피해 교원의 즉각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전담 변호사를 배치한다. 2학기부터는 교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도 통화 및 문자 송·수신 등의 연락이 가능토록 하고,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녹음기 설치 등이 이뤄지는 ‘교원안심서비스 시범학교’도 운영한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악성 민원에 적극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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