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타고 비행, 유성우 펑! 달 위에 개척한 ‘한국판 SF’
이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 영화 ‘그래비티’에 빚을 지고 있다. 우주에 주인공 홀로 남는다는 점과 우주선이 파괴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그러나 ‘더 문’(감독 김용화·8월 2일 개봉)은 할리우드 SF 영화들에 진 빚을 다 갚고 자신만의 영토를 개척했다. 다른 한국 영화들이 달의 앞면에서 조폭 코미디나 무차별 살육극으로 지지고 볶는 사이, 이 영화는 월면차(月面車)의 핸들을 미지의 어둠 속으로 돌려 달의 뒷면으로 나아간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 최초 유인 달 탐사선이 쏘아 올려진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태양풍으로 선체가 파손되고 승무원 세 명 중 두 명이 숨진다. 유일한 생존자 황선우(도경수)는 홀로 달에 착륙하고 그곳에서 유성우(流星雨) 폭탄 세례를 받는다. 이전의 우주선 발사 실패 책임을 지고 은둔하던 전임 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은 미국 나사의 달 궤도선 디렉터이자 전처인 윤문영(김희애)에게 도움을 청해 생존자 귀환 작전에 나선다.
영화에서 적어도 세 번 화면에 끌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달 착륙선이 모선에서 분리돼 달 표면에 내려앉는 장면, 초대형 돌 우박 같은 유성우를 피해 월면차가 달 표면을 달리는 장면, 주인공이 드론에 매달려 달 상공을 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에서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고 옆자리 관객들이 좌석 한쪽으로 움츠러드는 것도 느껴졌다. 특히 유성우 폭탄 속 질주 장면은 여태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쾌한 액션이었다. 김용화 감독 초기작 ‘국가대표’에서 스키점프 활강 장면을 봤을 때의 짜릿함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우주의 모습은 무인 탐사선이 찍어 보내는 장면들이다. 카메라 앵글이 너무 낮아 붉고 황량하다는 느낌뿐이다. 우주선에서 드론이 분리된다는 설정은 그런 점에서 매우 영리했다. 중력이 지구 6분의 1밖에 안 되는 달에서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까 하는 의문은 남지만, 수십 명이 갈기는 기관총 다 피하고 권총 쏘는 족족 명중시키는 액션에 비하면 훨씬 그럴듯했다.
첨단 기술 덕분에 이제 영화에서 구현할 수 없는 장면이란 없다. 수영장에서 태평양을 찍고 씨름판에서 사막 폭풍도 찍을 기세다. 그 영역이 인간 발길 닿은 적 없는 지구 위성 뒷면으로 확장됐다. 영화를 보고 나니 모래 깔린 세트장에서 폭탄 피하고 쇠줄에 매달려 우주 표류 장면을 찍은 배우들과, 그 장면들을 컴퓨터 가위로 오리고 붙여 촘촘히 세공했을 제작진에게 일종의 경의마저 갖게 됐다.
뻔한 영웅 스토리나 성공 신화가 아닌 실패담에서 출발한 드라마는 좋았다. 그러나 개연성 낮은 인물들의 관계나 ‘여기부터 눈물 장면’ 같은 스토리 전개가 우주복 틈새에 끼는 모래처럼 서걱거렸다. 조연인지 단역인지 분간키 어려운 배역과 소리 질러야만 화낼 수 있는 연기도 어색했다. 골은 넣었지만 늘 빌드업이 문제다.
시사회는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열렸다. 일반 상영관이라면 재미가 좀 덜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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