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느 팀이랑 붙어도 자신 있어요”
가족같은 팀워크가 최대 강점
결승전이 끝나자 몇몇 물금고 선수들은 주저앉아 아쉬움에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이내 “고생했다! 우리 너무 잘했다!”는 외침이 들렸고, 다들 그 소리에 기운을 찾고 서로를 얼싸안고 어깨를 두드리며 뜨거웠던 청룡기 여정을 마무리했다. 주장으로 ‘기적의 결승행’을 이끌었던 3학년 공민서는 “결승에선 지긴 했지만 우린 패배자가 아니다. 이제부터 강팀이 되는 일만 남았다”면서 “2023년 7월은 내 인생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한 계단을 오르진 못했지만 경남 양산 이 고교생들은 후회 없는 순간을 보냈다. 대회 전 물금고가 결승까지 오를 거라 예상한 야구인은 없었다. 전반기 주말리그 권역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고교 야구 전문가들에게 물금고는 부산이나 경남 지역 야구 명문고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모인 약체일 뿐이었다. 그러나 16강에서 지역 명문 마산고에 10점 차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쳤고, 8강에선 우승 후보 충암고마저 꺾으며 결승 무대까지 밟았다. 2015년 야구부를 창단, 8년밖에 안 된 신생팀이 43년 전통(마산고 야구부)과 53년 역사(충암고)를 넘어선 것이다.
물금고는 지역 야구 인재를 고향에서 뛸 수 있도록 하려고 만든 팀이다. 하지만 여전히 명문고 진학을 선호하는 열망까진 잡지 못했다. 그래도 남은 선수들을 성실하게 가르쳐 한 걸음씩 전진했다. ‘방망이 빨리 돌려라’ ‘엉덩이 빼라’ ‘허리 낮춰라’ 같은 추상적인 지시 대신 팔꿈치를 얼마나 내밀어야 하고, 자세를 몇 뼘 낮춰야 하는지 선수별로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기본기를 다져왔다. 지금까진 전국대회 16강이 최고 성적이었지만 이번에 그 잠재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선수와 지도자들 모두 끈끈한 조직력을 팀 최고 강점으로 꼽는다. 집이 학교 근처인 일부 선수를 제외하곤 아파트 세 채에 20여 명이 학년별로 나눠 합숙하며 동고동락한다. 3학년 투수 배강현은 “가족같이 살다 보니 팀워크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젠 어느 팀이랑 붙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강승영 감독도 “함께 지내면서 팀이 가족처럼 든든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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