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기원 추적…인도에도 비슷한 풍습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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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나 사찰을 오가는 길에 돌을 몇 개 쌓아 만든 작은 소원탑들을 본 적이 있다.
'장승탐구'는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인 장승과 돌하르방, 서낭당의 유래와 기원을 탐구한 책이다.
특히 석장승과 돌하르방에 있는 '혀'를 통해, 남인도 등 유사한 세계의 것과 비교·탐구하고 그 기원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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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장승·돌하르방에 존재하는 ‘혀’
- 세계의 것들과 비교해 유래 탐구
- 나쁜 기운 막는 등 다양한 장승들
- 소설 형식으로 견해·학설 풀어내
- 답사여행서 가이드 설명 듣는 듯
산이나 사찰을 오가는 길에 돌을 몇 개 쌓아 만든 작은 소원탑들을 본 적이 있다. 큰 돌을 먼저 놓고, 맞춤한 돌을 몇 개 찾아 하나하나 올려 만드는 돌탑. 누가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하나가 생기면 뒤따라 자꾸 늘어난다. 마치 소원을 들어주는 특별한 명당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눈은 신중하고. 손은 침착했을 것이다. 욕심내지 않아야 무너지지 않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소원은 각양각색이겠지만, 그 마음은 비슷한 결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이의 소원탑까지도 조심스럽게 대한다. 작은 소원탑 하나 쌓는 것도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하는데 큰 바위를 다루는 일은 얼마나 큰마음이 있어야 할까. 김동관의 ‘장승탐구’를 보면서 한 생각이다.
시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먼 옛날에 세워진 석장승은 신비롭다. 그 바위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조각됐을까, 누군가의 지시로 또는 공동체가 한마음 되어 어딘가에서 옮겨 온 걸까. 누가, 언제, 왜, 그 자리에 장승을 세웠을까. 궁금한 건 많지만 정확한 답을 들을 수는 없다. 장승 수만큼 질문과 답이 있을 것이다.
김동관 저자는 영남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신문사 기자와 방송국 프리랜서를 지냈다. 비교민속학과 고대사에 관심을 두었으며, 장승의 기원을 찾아 현지조사를 했다. 그런 과정에 남인도와 한국 민속의 유사성을 발견했고, 또 남인도의 거대 고인돌군을 만났다. 20대에 처음 인도를 여행한 뒤, 여러 차례 인도를 방문하고 쓴 생생한 인도 여행기인 ‘인도 아쉬람 기행’을 냈다.
‘장승탐구’는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인 장승과 돌하르방, 서낭당의 유래와 기원을 탐구한 책이다. 특히 석장승과 돌하르방에 있는 ‘혀’를 통해, 남인도 등 유사한 세계의 것과 비교·탐구하고 그 기원을 추적한다. 저자는 책 첫머리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마치 시처럼 엮은 문장을 그대로 옮겨본다. “장승이란,/ 마을이나/ 절의 어귀, 길가에 세워진/ 나무나 돌로 만들어진 사람을 닮은 조형물로,/ 나쁜 기운이나 질병, 부정한 것을 막고,/ 공동체를 보호하고 수호하는 역할을 하며. 민간신앙의 대상이기도 한,/ 민족 고유의 상징물이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소설 형식이다. 2부는 장승과 돌하르방, 서낭당, 고인돌 등과 관련한 저자의 새로운 주장들을 담았다. 소설은 장승을 찾아 답사 다니는 선후배 두 사람의 대화로 엮었다. 두 사람은 장승에 관한 많은 견해와 학설을 이야기로 풀어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장승 답사 여행을 하면서 열정적인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기분이다. 이런 식이다.
“장승의 종류도 마을을 지키는 마을장승, 절을 지키는 사찰정승, 풍수나 음양오행 상 주요한 곳에 세운 비보장승, 길의 이정을 알리는 노표장승, 아기를 얻기 위해 기도하는 기자장승, 천연두를 막기 위한 두창장승 등 아주 다양하다고 해요. 장승의 명문도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상원주장군, 하원당장군, 천하장군, 지하장군, 당장군, 주장군, 장신 등 아주 다양하고 종류도 많아요. 그렇지만, 이런 다양한 종류의 장승도 그 기원은 마을이나 부락을 지키는 수호신적인 역할의 장승이 시초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승 종류며, 이름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장승의 수만큼 학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장승을 세운 우리 선조의 마음을 생각했다. 지키고, 기원하고, 희망하는 마음이다. 장승을 탐구하는 저자의 마음도 이미 장승 한 분을 세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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