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는 문화·토착 신앙 등 뒤섞인 혼종이다

조봉권 기자 2023. 7.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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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포르(75) 박사는 프랑스 출신 불교학자로, 유럽의 지식 세계에서 공부하고 주로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쳤으며, 일본 도쿄대 방문교수 등을 지내면서 아시아의 종교, 특히 불교를 오래 연구했다.

동아시아 문화·역사·철학·종교 연구와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책을 찾아내 번역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온 그는 어떤 뜻에서 베르나르 포르의 저서 '새로 보는 선불교'를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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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보는 선불교 - 베르나르 포르 지음/정천구 옮김/운주사/4만5000원

베르나르 포르(75) 박사는 프랑스 출신 불교학자로, 유럽의 지식 세계에서 공부하고 주로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쳤으며, 일본 도쿄대 방문교수 등을 지내면서 아시아의 종교, 특히 불교를 오래 연구했다. 그는 1984년 파리 제7대학에서 북종선(北宗禪)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스탠포드대에서 연구·강의했고, 2006년부터 미국 콜롬비아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와 종교학과 교수로 활동한다.

깨달음의 순간을 보여주는 석굴암 본존불.


그의 저서 ‘새로 보는 선불교’를 통독하면서, 우선은 서양 불교학자인 포르 박사가 보여준 아시아 불교에 관한 해박한 지식, 방대한 독서, 깊은 탐구, 진지한 모색이 무척 인상 깊었다. 서양학계의 불교 연구가 동아시아 등의 불교 연구보다 더 치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1991년 출간했다. 고전학자 정천구 박사는 나온 지 시일이 꽤 지난 이 책을 찾아내어 간직하다가 기어코 완역해 운주사출판사의 대원불교학술총서로 펴내면서 한국 독자와 불교인에게 소개했다. 어떤 뜻이 담겼을까?

이 책을 번역한 정천구 박사는 그간 ‘원형석서’ ‘모래와 돌’ ‘일본영이기’, 오카쿠라 텐신의 ‘동양의 이상’ ‘차의 책’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불교한문 해석법’ 등의 책을 지었다. 동아시아 문화·역사·철학·종교 연구와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책을 찾아내 번역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온 그는 어떤 뜻에서 베르나르 포르의 저서 ‘새로 보는 선불교’를 택했을까.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직지인심(直指人心)·견성성불(見性成佛)을 종지로 내세우는 선(禪)은 대체로 공안 또는 화두를 통해 ‘단박에’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떠한 전통적인 매개도 거부하고 집요하게 직접성 또는 즉각성을 주장한다.”(9쪽)

선불교는 화두·공(空)·공안 등을 통해 돈오(頓悟·단번에 홀연히 강력하게 깨우쳐서 득도함)의 방식으로 직접 깨닫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니 다른 많은 요소, 예컨대 사리를 숭배한다거나 장례의 형식에 집착한다거나 토착신앙의 신들을 받아들인다거나 꿈에 집착한다거나 등등의 일이나 요소를 배척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거다. 선불교의 전통·역사·철학·형식·사유를 면밀하게 따지고 검증하면서 저자는 선불교에 실제로는 많은 매개 요소와 간접성이 녹아 있음을 내보인다.


“(저자는) 이렇게 해서 ‘순수 선’은 이념적으로 구축된 것일 뿐임을, 실제로는 선이 다른 문화적 요소들과 정치 권력, 민간 종교나 토착 신앙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전통을 형성한 일종의 ‘혼종’임을 밝혔다.” 저자의 해박함·치열함이 느껴지는 이 책은 불교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높여준다. 학술서 성격이어서 좀 까다로운 대목도 있고, 스즈키 다이세츠 등 일본 불교의 자료·사례를 많이 인용한 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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