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이차전지 新사업 추가”…코인판처럼 되나
지난 18일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고, 한때 150만원까지 폭등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던 이차전지 업체 에코프로가 27일 20% 폭락하며 1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6일 오후 한 시간 사이 동반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이차전지 관련주가 27일에도 폭락세를 이어갔다. 이달에만 184% 폭등한 금양은 이틀 새 22% 떨어졌다. 금양은 고무 발포제 제조사였으나 이 회사 홍보이사였던 박순혁씨가 유튜브 등에서 소위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세를 타면서 주가도 덩달아 폭등했다. 에코프로는 이달 들어 71% 올랐다가 24% 폭락했고, 자회사 에코프로비엠도 86% 급등한 뒤 19% 급락했다. 몇몇 이차전지주 움직임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요동치며 국내 증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하루에도 10~20%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이차전지 주식에 대해 “제2의 코인 판이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뒤늦게 이차전지 주식에 올라타며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개미들, 이차전지주 투매 나서
이날 이차전지주 동반 하락은 주가 폭등을 주도한 개인 투자자들이 1조원 가까이 내다 팔며 주도했다. 외국인(2528억원), 기관(7073억원)은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여윳돈이 아닌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공포에 앞다퉈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틀 전만 해도 양상은 정반대였다. 온라인 투자 카페에는 “이차전지주에 투자하고 싶은데 계좌를 어떻게 하면 개설할 수 있느냐”는 초보 투자자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주가가 연일 폭등하자 주식 문외한인 일반인들마저 이차전지 투자 열풍에 올라타려 한 것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코인 투자로 수십 배 수익을 지켜본 젊은 층이 펀드나 은행 예금 같은 수익률로는 만족하지 못한 채 테마성 주식에 직접 뛰어들었다”며 “어제오늘 같은 급등락 장세는 언제든 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6일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은 62조8000억원으로 코로나 이후 자금이 넘쳤던 2021년 1월 11일(64조8386억원) 이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널뛰기를 하자 한국거래소의 변동성 완화 장치(VI)가 26일 하루에만 723회 발동됐다. 주가가 급변할 경우 2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제도다. 27일에도 거래액은 40조원이었고, 변동성 완화 장치는 385회 있었다.
◇너도나도 이차전지 사업 추가
이차전지는 한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엔 실체도 없이 너도나도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사업 목적에 ‘배터리’만 추가해도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방용 그릴이 주력 제품인 자이글의 경우 지난해 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4000원대였던 자이글 주가는 4월 초 3만8900원으로 800% 이상 급등했다. 투자에 나섰던 사모 펀드는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았고, 지금까지 이차전지와 관련된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건설 중장비 부품을 제작하는 코스닥의 한 상장사는 최근 “전남 신안 염전에서 일반 해수 대비 100배 수준의 리튬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차전지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고, 연간 1만t의 공업용 리튬을 생산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만 해도 2200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한때 764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리튬 채굴 기술을 보유했는지도 의문이고, 기술이 있어도 수천억 원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며 “포스코도 아르헨티나에서 축구장 100개 면적 호수에서 염수를 농축해 리튬을 추출하는데 국내에서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 절반이 이차전지주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상위 50위 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9사에 달한다. 상위 10사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2위), 포스코홀딩스(5위), LG화학(7위), 삼성SDI(8위), 포스코퓨처엠(10위) 등 절반이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다. 코스닥 시총 순위 1위(에코프로비엠), 2위(에코프로), 4위(엘앤에프)가 이차전지주다.
주식이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현재 매출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다. 금양의 시총은 6조8500억원으로 코스피 시장 50위다. 카카오페이·현대글로비스·삼성엔지니어링보다 시총 순위가 높다. 금양의 1분기 매출은 375억원이고, 8억6000만원 영업손실을 냈다. 비슷한 시총인 현대글로비스 1분기 매출은 6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4066억원이다. 금양과 현대글로비스 매출 차이는 170배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사업도 약 10년 투자 끝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 역시 신기루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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