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장원 등 온갖 특권 누린 귀족남성, 천황의 여인 되기가 지상과제였던 귀족여성

헤이안시대 속 일본

‘겐지 이야기’는 일본 고대 말기인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를 배경으로 한다. 간무 천황이 수도를 헤이안쿄(현재 교토)로 옮긴 후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될 때까지다. 귀족정치와 장원제가 융성한 사회였다. 1000년 전 일본인은 현대인과 무엇이 다른가. 당시 시대상은 현재 일본 내면을 읽는 돋보기가 된다.

헤이안시대 귀족이 거주한 목조 주택은 실내를 발 등으로 구획 지어 방으로 썼다.

황족 남성의 치장하기 열성은 여성 못잖았다. 얼굴 화장과 눈썹 다듬기는 기본. 긴 소매가 하늘거리는 보랏빛 상의, 겉은 희고 안은 붉은 바지를 입었다. 손엔 부채를 쥐었고, 옷에선 은은한 향냄새가 났다. 귀족 남성은 대부분 관료였다. 관공서가 문을 여는 오전 6시께 출근해 오전 중 업무를 마치고 점심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는 출세를 결정짓는 ‘밤 사교’를 대비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귀족들은 넓은 목조 저택에서 살았다. 실내는 붙박이 벽이 아닌 병풍·장지·발(휘장)로 공간을 나눠 개별 방으로 썼다. 귀족 여성들은 8세부터 이 공간에서 살았고, 이 방엔 남편 외엔 출입할 수 없었다. 에두르고, 물심양면에서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는 일본인 내면이 이 같은 ‘발 문화’에서 읽힌다.

남성 신분이 30단계로 구별됐다. 이 중 상위 150여 명이 귀족. 이들은 일부다처제·장원·녹봉 같은 여러 특권을 누렸다. 귀족 가문은 딸을 궁정에 보내 천왕의 황후-중궁-후궁(여어·갱의)이 되도록 안간힘을 썼다. 어머니 집안이 갖춘 재력과 신분이 가세를 결정하는 모계 사회. 귀족 부인은 아기를 낳은 후 양육을 유모에게 맡겼다. 유모와 그 자녀는 귀족 아이와 혈육처럼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남성 귀족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 답신을 받고 연속 3일 밤을 그녀 방에 들르면 결혼이 성립된다. 여성 집은 결혼 잔치를 열어 신랑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