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놓고 사라지는 라이더, 플랫폼 갇힌 ‘유령 근로자’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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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44·사진)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가상의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여성 라이더를 주인공으로 한다.
효율적으로 일하고자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라 이동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쳐도 배달을 멈출 수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기그 이코노미'(임시 계약 경제)의 단면을 그렸다.
그들의 삶이 궁금해 직접 6년 동안 일한 베테랑 여성 라이더를 만나 배달도 나가 보면서 실상을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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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씨 최고상
“젊은 세대, 절망적 일용노동에도
앞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 담아내”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지난달 12일 세계적 미디어 아트 어워드인 ‘2023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철학, 위상수학, 물리학의 개념을 훌륭한 시각 서사로 결합해 우리가 살고 있는 다층적이고 통제 불가한 세계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그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만났다.
“알고리즘이 픽업지에서 배달지까지 거리를 직선으로 계산해 배달료를 책정해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배달료에 관한 할증 정책이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며 라이더를 통제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작품에선 플랫폼의 틀을 벗어나고 싶지만 생존을 위해 계속할 수밖에 없는 배달 라이더의 절망이 느껴진다. 그는 “젊은 세대가 처한 문제가 정말 다양하겠지만 Z세대 중 어떤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기에 자기 계발도 불가능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절망적 현실 앞에서 그는 한탄하기보단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런 태도가 ‘아프로 퓨처리즘’(아프리카의 전통 문화와 판타지를 접목시킨 것)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로 퓨처리즘에서 흑인 예술가들은 타임슬립, 공상과학(SF) 등의 형태로 고달픈 현실의 대안적 서사를 제시한다.
기존의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수상작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술이 강조된 작품도 많은데,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단채널 영상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기술의 새로움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묘사한 것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올해부터 심사할 때 기술보다 예술적 실험에 방점을 두기로 하면서 저에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23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시상식은 9월 6∼10일 열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기간에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개최된다. 김 작가는 전시 상영 시상식과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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