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같은 조명 가득한 무대… “빛은 살아있어”

이지윤 기자 2023. 7.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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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우리 몸처럼 살아있는 존재예요. 멈춰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죠. 무대 조명이 파도처럼 물결치고, 무용수의 몸에 닿았다가 흩어지기도 하는 건 이를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후지모토는 "변화무쌍한 무대는 이 공연의 매력이자 넘어야 할 허들이었다"며 "움직이는 무대 바닥엔 조명기기를 둘 수 없고, 조명을 수직으로 쏘면 바닥에 빛이 반사되기에 공중에 떠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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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명디자이너 후지모토 참여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개막
공중에 뜬 조명 등 독특함 가득
지난해 초연 때 전석 매진 화제
다채로운 조명은 ‘몸쓰다’의 볼거리로 꼽힌다. 후지모토 다카유키는 “무지개는 색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문화권에 따라 색의 수가 달라지는 것이 흥미로워 무지갯빛을 즐겨 사용한다”고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빛은 우리 몸처럼 살아있는 존재예요. 멈춰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죠. 무대 조명이 파도처럼 물결치고, 무용수의 몸에 닿았다가 흩어지기도 하는 건 이를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7∼30일 공연하는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에서 조명 디자인을 맡은 후지모토 다카유키(63·사진)가 말했다. 예술의전당에서 21일 만난 그는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예술집단 덤 타입(Dumb Type)의 원년 멤버이자 일본의 유명 조명 디자이너다.

무용가 안애순이 안무한 ‘몸쓰다’는 몸이 기억을 기록하고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했다. 지난해 초연 당시 전석 매진된 화제작이다.

‘몸쓰다’에서 무용수들은 ‘처한 장소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몸’을 춤으로 표현한다. 무대 바닥을 비롯해 왼쪽과 가운데, 오른쪽의 육중한 무대장치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용수와 호흡한다. 후지모토는 “변화무쌍한 무대는 이 공연의 매력이자 넘어야 할 허들이었다”며 “움직이는 무대 바닥엔 조명기기를 둘 수 없고, 조명을 수직으로 쏘면 바닥에 빛이 반사되기에 공중에 떠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일반 공연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짙은 보라색 조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보라색을 인식하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워요. 눈이 인식할 수 있는 파장의 양극단, 즉 파랑과 빨강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감각과 경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인식되죠. 이번 공연에서 보라색은 사랑을 뜻하기도 합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다채로운 조명은 그의 무기다. 무대 바닥에 초록, 파랑, 보라색 조명이 부드럽게 퍼지는 장면은 수채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보는 듯하다. 무지개 색 조명이 허공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마지막 3분은 마치 사이키델릭 록음악 같은 황홀감을 선사한다. 그는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오랜 팬이다(웃음). 서양화를 전공해 당시 배운 투명 수채화 기법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녹아났다”고 말했다.

건축물 등에 사용하는 특수 조명도 활용했다. 고층 빌딩 측면에 가늘게 직진하는 빛을 쏘아 올릴 때 쓰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다. 무대바닥과 평행으로 쏜 빛은 누워 있는 무용수에게 가로막혀 고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는 “레이저보다는 두꺼운 빛을 연출할 수 있고, 눈에 닿아도 문제가 없는 것이 장점”이라며 “LED 조명은 일반 컬러필터를 쓴 무대조명에 비해 오묘한 색을 표현할 수 있고 전환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실험적인 조명 연출은 안 안무가와의 “두터운 신뢰”로 빛을 발한다. 둘의 인연은 8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2015년 국립현대무용단 ‘어린 왕자’ 조명 디자인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히어 데어’(2019년), ‘잠시 놀다’(2022년) 등에서 협업했다. 그는 “안 안무가가 구상한 이미지와 내가 만든 조명이 크게 다른 경우가 때때로 있다. 그러나 작품과 잘 어울리면 (안 안무가가) 쿨하게 오케이 하기에 시너지가 난다”며 웃었다. 2만∼5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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