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모나리자’ 모호성
살짝 웃는 얼굴일까, 화가 난 표정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를 들여다 보면 드는 느낌이다. 애매하고 모호하다.
요즘 지구촌의 경제 흐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인지, 퇴행인지가 좀처럼 구분되지 않아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처음으로 이런 표현을 썼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하던 2022년 상반기였다.
앞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교수도 이런 상황을 예고했다. 시장경제의 성공은 인정하지만 불안정, 비효율, 사회적 불평등 등을 불러온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의 시대라고했다.
우리 경제도 ‘모나리자 모호성’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 동인으로 코로나19를 비롯해 글로벌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을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기 방향성 혼란, 부문별 수출경기 격차 등이 경제 흐름의 모호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미래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수가 일관되지 못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對)중국·반도체 수출이 부진하지만 이들 부문을 제외한 수출은 양호한 수준인 점도 지적됐다. 6월 수출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대중국 수출은 19.0% 줄었지만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수출은 2.2% 감소에 그쳤다. 산업별 경기 양극화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5월 생산지수의 경우 제조업은 106.7이지만 서비스업은 115.0에 달하는 등 산업별로 상이한 업황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외수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민감하다. 이 때문에 내수 지향적 특성을 갖춘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긴 우리 사회에서 방향성을 상실한 분야가 비단 경제뿐일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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