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신도 표적이 될 수 있다
#“유해물질이 발견된 국제우편물이 신고되어 조사 중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우편물은 열어보지 마시고 112나 119에 즉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수원시청.”
지난주 금요일, 장대비를 헤치며 운전 중인 상황에서 긴급재난문자 한 통을 받았다. 워낙 최근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당연히 안전문자라고 생각하고 확인했는데, 위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부랴부랴 후배들에게 주지시키며 취재에 나섰고 주말 동안에만 전국적으로 2천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수상한 우편물’로 인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은 그렇게 시작됐다.
#같은 날. 고시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신림동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조모씨(33).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그리고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문명의 이기(利器). 기술 발달이 가져다 준 산물인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익명자들의 천국’이 된 지 오래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 타인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그들이 준 상처는 누구가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고, 또는 철저히 그 이기와 작별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그 SNS를 통해 본 세상을, 나의 현실과 빗대어 세상을 원망하게 만들어 결국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해를 가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친구이고, 사랑하는 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이 이제는 우편물까지 동원돼 국제적으로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직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불특정 다수의 핵심인 일반 시민들이 그로 인한 고통에 힘겨워한다는 점이다.
산업 발달에 무게추를 둬 익명의 공간에서의 교육이 뒷전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익명은 특정, 불특정을 넘나들면서 또 다른 사회악으로 자리잡았지만 현행 체제는 이를 근절하기에 너무 무기력한 시스템이 돼 버렸다.
이제라도 자기 정화를 통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며, 국가적으로도 그 서비스가 ‘악의 도구’가 아닌 ‘선함의 이기’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한 책임이 수반된 정비에 나서야 할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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