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양평고속도로 변경안, 여전한 의문점
지난 23일 국토교통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과정 자료를 모두 공개한다면서 “국민이 검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야당의 의혹제기에 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업 자체를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책사업을 장관이 법적 근거 없이 독단적으로 백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과 사업 백지화에 대한 양평군민들의 반발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원 장관과 국토부가 입장 선회를 위한 조치로 읽힌다.
그런데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더라도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 먼저, 국토부는 변경안과 유사하게 강상면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연결하는 방안이 2018년 2월 양평군 기본계획에 반영됐고, 2018년 민간에서도 검토한 바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 변경안을 처음부터 제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변경안으로는 예타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다른 안을 제시했었다는 말인가?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오랫동안 논의돼 왔던 사업이다. 2008년에 하남~양평 민간투자사업이 최초로 제안되었으나 2009년에 경기도가 재무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반려한 바 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17년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중점추진 사업에 포함된 데 이어 2018년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 포함되고 나서야, 비로소 2019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따라서 예타 노선은 오랜 기간 숙고 이후 국토부가 선택한 최선의 안이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타당성조사(본타)에서 최적노선으로 제시된 변경안은 예타에서 국토부가 주장한 사업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예타안도 경제성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따라서 예타 보고서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2021년 3월 정책성 평가 자료에서도 서울~춘천 교통 정체 완화와 중부선(서하남IC~하남JCT), 수도권 제1순환선(하남JCT~하남IC)을 경유해 서울 방향(올림픽대로), 구리 방향을 이용하는 교통량을 사전에 분리해 교통 정체 해소를 기대한다고 정책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예타 노선과 대안 노선을 비교한 국토부 자료는 변경안이 중부내륙선을 통해 서울과 여주 방향을 오가는 교통량을 흡수해 두물머리 교통정체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변경안으로 예타를 하게 되면, 경제성 평가뿐 아니라 정책성 평가도 제대로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2021년 4월에 2년간의 심사 끝에 예타를 통과한 안을 2022년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 만에 본타 용역업체가 노선 변경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이 변경안이 과학적이고 최적노선이라고 국토부 장관이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변경안은 필요성 측면에서 사실상 다른 사업이나 다름없다. 원 장관 주장처럼 변경안의 경제성 평가 통과를 자신한다면, 변경안에 대해 예타를 다시 실시하자고 감사원이나 국회에 먼저 요구해야 한다.
국토부는 변경안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예타에 근본적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적시되어 있다는 왜곡된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예타 보고서는 “중촌교 단순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단순 확장이 곤란한 경우 접속방안에 대한 근본적 대안 검토가 필요”라고 적시하고 있다. 즉, 종점에서 연결될 계획이었던 중촌교라는 다리가 이미 완공돼 있어 이 다리를 단순 확장해 연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 확장이 아닌 근본적 접속방안을 검토하라는 주문이라는 것은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문해 가능한 표현이다.
국토부의 이런 주장은 자가당착적이기도 하다. 만약 국토부 주장처럼 예타가 근본적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면, 예타 후 1년간 국토부는 무엇을 했는가? 국토부는 별 생각 없이 있었는데, 갑자기 용역업체에서 변경안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국토부는 시종점이 바뀐 사업이 1999년 이후 14건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종점이 바뀌거나 노선이 바뀌어 사업의 필요성 내지는 목적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냐는 점이다. 또 그런 경우가 있었더라도, 변경안이 본타 착수보고회 때 곧바로 제시된 적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한 국토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결국 예타 통과 이후인 2021년 4월부터 본타 착수보고 시점인 2022년 5월 사이에 어떤 과정을 거처 변경안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국토부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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