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22년만에 최고… 한미 금리차 2%P 역대최대
시장의 관심은 이번을 끝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9월에 인상할 수 있다”면서도 “동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올해는 없다. 인플레이션이 2025년까지 2%대로 내려오지 못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韓美 최대 금리差에도… 시장선 “韓銀은 동결할것”
美 “올해 인하 없다” 격차 더 커질듯
한은, 내달 금통위 앞두고 인상 고심
외자유출 조짐 없고 물가 상승률 하락
시장 “한은 무리하게 안올릴것” 전망
26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미국이 연내 금리 인하가 없다고 못 박으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 격차로 외국인 투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나 가계대출 부담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美 연준 “연내 금리 인하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3.0% 올라 시장 전망(3.1%)을 밑도는 등 인플레이션 완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서도 “딱 한 번 좋은 지표가 나온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미 금리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미 금리 차가 지난해 11월 1%포인트가 된 지 1년도 안 돼 이보다 두 배로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강(强)달러를 찾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실제 지난달 외국인 증권자금 순유입 규모(29억2000만 달러)는 5월(114억3000만 달러)의 약 4분의 1로 줄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대급 금리 격차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시장 “다음 달 금리 동결” 전망
역대급 한미 금리 차에도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 차가 1%포인트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졌는데도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거나 환율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세 번의 한미 금리 역전 기간에도 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수차례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도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경기가 ‘상저하저’(上低下低, 상·하반기 모두 경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을 한은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간 및 정부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어든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올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6% 증가에 그치는 등 ‘불황형 성장’이 거론되고 있다.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도 금리 인상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7%)이 2%대로 떨어진 것도 금리 동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격차가 벌어진 지 오래된 상황에서 2%포인트라는 숫자가 주는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당장의 환율 변동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자본 유출입과 환율 변동은 내외 금리 차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금융 상황, 글로벌 경제·금융 여건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외화 자금시장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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