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어느 스타트업 수난기의 결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여기 한 스타트업의 눈물겨운 드라마가 있다. 어느 스타트업인들 어려움이 없을 순 없다. 창업 초기는 물론이고 '데스밸리'를 건너지 못해 스러지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지만 이 스타트업이 겪는 고통은 남다르다.

바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의 이야기다. 깜깜이 법률서비스 시장을 개선하고 국민들이 손쉽게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법을 전공한 창업자와 법률전문가가 모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법률과 테크가 결합한 '리걸테크'를 우리도 제대로 해보자는 야심찬 목표도 있었다.

민사소송을 하는 국민 10명 중 7명은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하고 10명 중 8명은 아는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현실에서 '로톡' 서비스는 꾸준히 성장했다. 변호사 상담건수는 누적 84만건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변호사들이 얻은 수임료 수입도 지난해에만 6500억원으로 추정된다. 변호사도 좋고 이용자도 좋고 법률시장도 커졌다. 이대로만 진행됐다면 평범한 '스타트업 성공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 1년 만인 2015년부터 변호사단체(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변호사법이 금지한 소개·알선행위를 하는 불법서비스라며 고발을 이어갔다. 스타트업은 법률위반 소지가 없도록 서비스를 수정했고 수사기관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변호사단체의 고발은 반복됐고 경찰과 검찰은 매번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불법서비스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한변호사협회는 국가가 위임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한을 활용해 변호사들의 '로톡' 탈퇴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내부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 플랫폼 가입을 금지하고 로톡에서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

이 규정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시장개입으로 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변호사단체는 요지부동이다. 공정위에는 행정소송으로, 헌재 결정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맞선다.

9년여간 이어진 시련의 시기에 이 스타트업은 매번 변호사단체에 판정승을 거뒀지만 괴롭힘의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고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4000명 넘던 등록변호사는 징계부담으로 절반 이상 탈퇴했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드라마의 끝은 언제고 결말은 무엇일까. 변호사단체가 원하는 결말은 주인공이 죽는 비극인 것 같다. 법률분야는 공익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로톡'이 퇴출될 때까지 괴롭히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반면 국민들이 원하는 결말은 단연코 '해피엔딩'이다. 여론조사에서 83.6%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로톡'이 살아나길 원하는 것이다.

결말의 열쇠는 변호사 징계에 대한 취소권한을 가진 법무부가 쥐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마지막 단계에 와 있음을 시사했다. '로톡'의 변호사법 위반문제는 불기소로 끝난 문제고 변협의 징계에 대한 처분문제가 결정적인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결정을 내릴 것을 공언했다.

이 스타트업 수난기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 기간에 전 세계에서 리걸테크 스타트업 7000곳과 7개 유니콘이 등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유니콘'에 선정된 '로톡'조차 생존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결말이 '타다'에 이은 또 하나의 스타트업 잔혹사로 기록될지, 국민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법무부의 빠른 결단에 달렸다. 스타트업이 분쟁에 소진되지 않고 혁신에 매진해 성공드라마를 쓸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