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실체 간극 탐색"…김범, 13년만 국내 개인전

박은희 2023. 7. 2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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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시대미술 작가 김범의 30여 년간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대규모 서베이 전시가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단독 전시로는 최대 규모이자 국내에서 1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김범은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라며 "특유의 재치로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농담처럼 툭 던진 의미심장한 이미지는 자기성찰의 장을 열어주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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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서 12월 3일까지…회화·조각 등 70점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한국 동시대미술 작가 김범의 30여 년간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대규모 서베이 전시가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단독 전시로는 최대 규모이자 국내에서 1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은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을 12월 3일까지 개최한다.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에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표 연작 '교육된 사물들' '친숙한 고통' '청사진과 조감도' 및 최근 디자인프로젝트 등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가로질러 '보이는 것'과 '실체' 간의 간극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인지적 간격에 대한 탐구는 초기작에서 주로 미술의 전통 매체인 회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소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보이는 장면을 그린 '무제'(1995)와 산의 능선처럼 보이지만 열쇠의 골을 확대해 그린 '현관 열쇠'(2001)는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통찰을 수행해낸다.

소박한 표현과 진지한 유머는 관객으로 하여금 무심코 보던 것을 재차 관찰하고 당연시되는 전제를 의심하는 적극적인 감상을 촉구한다. 사나운 개가 벽을 뚫고 달아난 흔적 같은 '두려움 없는 두려움'(1991), 난폭한 사람의 집에 초대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하나의 가정'(1995) 등은 관객의 인지 작용과 더불어 상상과 현실이 중첩된 중간 지대를 펼친다.

생명이 없는 사물을 마치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물활론적 사고방식은 김범 작품세계의 중요한 테마다. 망치라는 공구가 지닌 생산적 기능성을 동물적 생명력과 연결시킨 '임신한 망치'(1995)는 허를 찌르는 해학을 발휘한다.

돌에 정지용의 시를 낭송해주는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2010), 모형 배에 지구가 육지로만 돼있다고 가르치는 '바다가 없다고 배운 배'(2010) 등의 '교육된 사물들' 연작은 교육과정의 맹점과 교육된 현실의 '부조리'를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전시의 제목 '바위가 되는 법'은 작가의 아티스트 북 '변신술'(1997)에 수록된 글의 제목이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한 자기 변화와 가변적인 인간의 모습을 주제 삼아 독자에게 다양한 생물이나 사물이 되는 법을 지시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김범은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라며 "특유의 재치로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농담처럼 툭 던진 의미심장한 이미지는 자기성찰의 장을 열어주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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