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비일비재” 구급대원·의료진 충돌

김정호 2023. 7. 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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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역에서 응급실 병상 부족으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고성 섞인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상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생명과 안전의 마지막 보루인 구급대원과 의료진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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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서 저혈당환자 응급상황 발생
병원 측 수용불가 안내에 말다툼
소방·의료기관에 부담 전가 지적
▲일러스트/한규빛

강원지역에서 응급실 병상 부족으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고성 섞인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상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생명과 안전의 마지막 보루인 구급대원과 의료진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강릉소방서 구급대원들은 주문진에서 저혈당 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었다.

구급차를 타고 환자를 이송하던 중 강릉의 한 대형병원을 지날때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서 의료진과 응급실 수용 여부에 대해 고성이 오갔다. 해당 병원 측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안내했지만 긴급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구급대원과 의료진 간 격한 언행이 쏟아졌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 강릉소방서는 “환자를 위한 다급함과 긴급한 마음에 의료진과 언쟁이 벌어지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격한 반응이 나왔다”며 “재발되지 않도록 해당 대원은 물론 전체 대원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소방당국 내부에서는 오죽하면 구급대원이 의료진에게 언성을 높였겠냐는 성토의 의견도 나온다. 병상 부족 문제가 하루, 이틀이 아닌데 환자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수용이 어렵다는 말을 들으니 언성이 높아진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도내 소방노조 관계자는 “춘천·원주·강릉 같은 경우 병상 부족으로 구급차가 한마디로 ‘뺑뺑이’도는 일이 많다”며 “당장 환자 상태가 급한데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는 구급대원들의 사기가 매우 꺾이고 있다”고 했다.

응급환자 재이송 문제는 해가 지날 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소방청이 발표한 2022년 119 구급서비스 통계연보를 살펴본 결과 지난 2021년 강원도소방본부의 경우 응급환자를 이송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수용이 어려워 1차 재이송을 한 건수가 373건, 2차 재이송 건수는 52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1차 59건, 2차 6건의 경우에는 병상부족이 원인으로 꼽혔다. 1차 115건과 2차 30건은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재이송 조치됐다.

의료진들은 상급 의료기관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도내 모 의료원의 경우 한 번에 5~6명 정도 처치가 가능하도록 응급실 병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달의 경우 하루 평균 25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해당 의료원 관계자는 “병상이 부족할 뿐더러 구급차를 타고 오는 환자는 의료원보다 상급 의료기관의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환자를 재이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정호·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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