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인협회 회원 시] 뜬소문

현종길 2023. 7. 28. 0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풍에 부표처럼 표류하는 말

믿었던 말과 믿을 수 없었던 말

그 잘못 삼킨 말들이 숨을 쉬면

소문이 되어 반 박자 빠른 담을 넘어갔지

믿음에도 구멍 뚫리는 날이 있나보다



꼬리를 말고 앉았던 검은 고양이도

구름을 반쯤 덮고 눈감은 달을 잡으러 갔다

꽃피는 봄밤 집 나간 그녀

그녀가 감추고 싶었던 비밀얘기가

금이 간 담장 틈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 말들의 꼬리가 더욱 길어지더니

그 꼬리는 꼬리를 물고 바람을 일으켰다

오리털 베개를 지붕으로 가져가

칼로 배를 갈라놓은 것처럼

깃털은 바람을 타고 눈처럼 날려갔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기사에 귀를 열었다

긴 스카프를 날리며 그녀가 삼일 전 왔었다고

꽃비가 흩날리던 바람 부는 봄밤이었다고

열살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와 택시를 탔다고

바람에 날려간 깃털을 다 주워 올 수는 없었다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