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이차전지株 극단 쏠림에 ‘코인판’ 된 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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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에서 이차전지 광풍을 주도했던 에코프로가 27일 옥좌에서 내려왔다.
전날보다 주가가 19.79% 떨어진 98만5000원에 장을 마치며 '황제주'(주당 100만 원 이상) 자격을 반납했다.
이달 18일 처음으로 황제주에 등극해 26일 장 중 한때 150만 원을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허망하다.
확실한 건 이차전지 관련주가 마치 잡코인처럼 출렁이면서 주식시장 전체도 극심한 불확실성에 빠졌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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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폭락은 26일부터 시작됐다. 투자자들은 점심시간을 전후로 천당과 지옥을 맛봤다. 오전까지만 해도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기세를 올리더니 오후 1시 들어 갑자기 폭락세로 돌아섰다. 1시간 만에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주가가 급등할 때도 그랬지만 추락할 때도 수급 외엔 딱히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급격히 덩치를 키운 이차전지 종목이 흔들리니 코스닥 시장 전체도 요동쳤다.
▷이차전지 광풍은 올해 들어 거세졌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기대와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으니 실체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랐다는 게 문제였다. 에코프로는 1년 만에 18배로 뛰어올랐다. 유튜브 등에선 “800만 원까지 갈 것”이라는 확신이 넘쳤다. 실적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 사는 이른바 ‘밈 주식’이 돼 버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사들은 5월 이후 사실상 분석에서 손을 뗐다. 정상적인 설명이 안 되니 ‘주가리튬비율(PLR)’ ‘주가배터리비율(PBR)’ 같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차전지 주식의 끝없는 상승은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 심리에 불을 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주식을 팔아치우고 혹은 빚까지 내서 이차전지 랠리에 뒤늦게 올라탔다. 이달 들어 전체 주식시장 거래대금에서 이차전지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의 ‘몰빵 투자’였다. 계속 갈 것이란 기대와 끝물이라는 불안이 교차했다. 그러다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물량이 나오자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앞으로도 공매도 세력과 개인 투자자들의 줄다리기 속에 주가 출렁임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을 비롯해 과거에도 중국, ‘차·화·정’, 바이오 등 주가 광풍의 주역이 있었다. 단순한 테마주였는지 실체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랐지만 항상 거품 붕괴 또는 장기 조정이 뒤따랐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지만 실적을 도외시하고 장밋빛 기대에만 베팅한다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비이성적 투기 광풍이 휩쓸고 간 뒤 가득했던 비명 소리에서 이젠 교훈을 얻을 때도 되지 않았나.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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