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복의 뉴웨이브 in 강릉] 4. 기업도시를 향한 새 물결, 강릉 과학산업단지
▶ 미코세라믹스
반도체용 세라믹 부품 전문기업
매출 2000억원·세계 톱10 목표
▶ 파마리서치
재생의학 분야 제품·기기 생산
코스닥 시총 규모 1조3000억원
산단 입주 170곳 1800명 근무
지난해 총매출 5500억원 돌파
주력 분야 세라믹·해양바이오
KIST 강릉분원 기업체 지원군
천연물 바이오 국가산단 후보지
도청 2청사·안인화력발전소 등
도시 경쟁력 바탕 기업 유치 기대

“강릉 하면 경포대와 오죽헌이 먼저 떠오르지만 앞으론 미코(Mico)라는 기업도 떠오르게 하겠습니다.”
전선규 미코그룹 회장은 2021년 5월, 강릉시 사천면 과학산업단지에서 제3공장 준공식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도 같은 다짐을 하고 있다. 미코가 강릉에 첫 공장을 지은 건 2011년 5월, 벌써 1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6년 설립된 미코는 반도체 장비용 부품 세정 및 코팅에서 ‘글로벌 넘버 1’이다. 강릉의 미코는 2020년 미코의 물적 분할로 탄생한 자회사로, 정확한 회사명은 미코세라믹스다. 2017년에 2공장을 짓고, 4년 뒤 3공장을 완공했다. 이렇게 설비를 계속 증설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미코세라믹스는 고열 세라믹 히터를 전문으로 만드는데, 이 분야는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80% 이상 석권하고 있다. 2019년 일본발 반도체 소재 부품 리스크 이후 미코는 동원 가능한 모든 기술과 자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고품질 세라믹 히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원판 모양인데 직경 300㎜짜리 히터 하나가 수 천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21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25년엔 2000억 원을 달성, 글로벌 톱10 세라믹 부품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목표를 향해 오늘도 강릉과 안성 공장에서는 400여 명의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금껏 강릉은 기업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관령 기슭의 맑은 물로 빚은 소주, 경월이 일제 강점기부터 이 지역의 간판기업으로 자리잡아왔다. 1993년 두산(그린소주)을 거쳐 지금은 주인이 다시 롯데로 바뀌어 여전히 소주(처음처럼)를 만들고 있다. 강릉은 한과도 유명한데, 여기선 종업원 70여 명을 둔 교동한과가 현대를 비롯한 서울 3대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계분야 제조업으로는 신일정밀과 21세기기업(자동차 부품)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신일정밀은 1976년 설립된 향토기업인데 국내 최초로 굴삭기용 베어링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술력이 좋아 수출까지 하며 한때 ‘강릉의 삼성’으로 불렸다. 그런 회사가 2020~21년 극심한 노사분규에 휘말리면서 문을 닫았고, 지금은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간 상태다. 신일정밀의 빠른 정상화도 강릉으로선 절실한 과제다. 일자리 창출의 중심인 산업시설이 빈약하면 자연히 도시의 확장성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1995년 지자체 통폐합 조치에 따라 명주군을 흡수했지만 강릉의 인구는 지금 통합 이전 수준(22만 명)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변화의 뉴웨이브가 일기 시작했다. 2006년 KH케미컬(현 사명은 코본, 탄소나노튜브 제조)이 산업단지내 땅을 1호로 분양받아 착공에 나섰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입주기업은 170개(창업보육센터에 있는 54개 포함)로 늘어났으며 연간 총 매출은 지난해 5500억원을 넘겼다. 전체 고용인원은 1800명 정도다.
과학산업단지는 미코가 보여주듯 세라믹이 주력 분야다. 무선통신용 세라믹 부품과 모듈을 만드는 알앤투테크놀로지도 175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2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라믹 분야 입주기업은 현재 60여 개로 산업설비용 소재와 부품을 주로 만든다. 김남수 강릉과학산업진흥원장은 “앞으로 의료기기, 차세대 전지, 해양설비 등 다양한 분야로 세라믹 업체들의 사업영역이 확장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주력 분야는 해양바이오인데 이쪽의 대표 주자는 파마리서치(회장 정상수)다. 연어 수컷의 정소에서 추출한 DNA 성분으로 피부조직 재생을 돕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을 만든다.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의 매출은 피부와 관절 재생을 돕는 리쥬란, 콘쥬란 등 의료기기가 견인하고 있다. 250명의 직원으로 올해 매출은 2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화장품은 특히 자외선에 오래 노출된 후 바르면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지면서 LPGA의 한국 선수들이 애용하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업계 평균의 세 배에 이르는 30%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은 1조 3000억원에 달한다.
몇몇 기업이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면서 과학단지 입주를 원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조성한 부지는 이미 다 분양돼 2025년까지 220억원을 들여 15만㎡를 확장하는 작업을 현재 벌이고 있다. 주문진 농공단지도 약 3만㎡ 넓히고 있다.

입주기업 뒤에는 든든한 원군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이다. 지역의 고유한 식물자원이나 유용한 천연물을 찾아내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촉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KIST 천연물연구소다. 장준연 강릉분원장은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천연물 기반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상용화를 위해 입주기업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 기업들이 찾아오도록 만들겠다는 강릉의 꿈은 올해 더욱 영글고 있다. 올 3월 천연물과 바이오로 특화된 국가산업단지 후보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은 내년에 나올 예정인데 시민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마침 강릉 안인 해변에는 대형 화력발전소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어 전력공급 여건도 매우 좋아진다. 전문가들은 전력 소비가 많은 대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해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관광, 문화, 교육도시로 불리던 강릉에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기업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7월24일엔 미래와 글로벌을 기치로 내건 강원도 제2청사가 강릉 주문진에 문을 열었다. 2026년 10월에는 교통올림픽으로 불리는 제32회 지능형교통체계(ITS) 세계총회가 강릉에서 열린다. 자율주행과 AI기반 교통시스템이 주제가 될 ITS 강릉 총회는 도시의 경쟁력을 한층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상복 컬쳐랩 심상 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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