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신인 삼총사 유민·민별·신실 “하반기도 선의의 경쟁 기대하세요”
2022년 국가대표 동기…올해 나란히 신인상 1~3위
황유민·방신실은 우승 거둬…김민별은 준우승만 2번
“하반기에도 우승 추가하는 것 목표” 당찬 각오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돌풍을 일으킨 특급 신인 3인방 황유민(20), 김민별(19), 방신실(19)이 입을 모아 이같이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국가대표 에이스를 번갈아 도맡았던 이들은 자신들만의 확실한 무기를 앞세워 올해 KLPGA 투어까지 뜨겁게 달궜다. 이들은 현재 투어에서 나란히 신인상 랭킹 1~3위를 달리고 있으며, 상금 랭킹에서도 김민별이 7위(약 3억6909만원), 방신실이 8위(3억5583만원), 황유민이 15위(2억9419만원)를 기록하고 있다. 존재감만큼은 기존에 활약하던 선배들을 뛰어 넘는다.
대상포진에도 첫 우승…작지만 야무진 황유민
황유민은 2주 전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에버콜라겐 더시에나 퀸즈크라운에 불참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 불참 사유였는데 알고 보니 대상 포진에 걸렸었다고 한다. 그 전주에 열린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황유민은 경기 전부터 왼쪽 허벅지 부근이 가렵고 통증까지 느껴졌지만 옷에 쓸린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우승 후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그는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대상포진이 수반하는 극심한 통증을 이겨내고 첫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황유민은 성격도 플레이 스타일도 야무지다. 키 163cm의 작은 체구에도 온몸을 꼬아 평균 258.02야드(현재 투어 드라이브 샷 비거리 3위)의 장타를 때려내는 걸 보면 “야무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몸 회전이 빠르고 순발력이 좋아 순간적인 스피드를 만들어내는 데 능한 그는 세게 치는 방법을 연마한 끝에 지금의 장타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안정적인 공략법과는 거리가 먼 닥공 플레이를 즐겨 ‘돌격대장’이라고도 불린다.
KLPGA 투어 첫 시즌인 올해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황유민은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당시 대세였던 박민지(25)와 우승 경쟁을 펼치는 모습으로 골프 팬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올 시즌에도 초반부터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신인이었다. 그러나 6월 중순이 되도록 한 번도 톱 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황유민은 이데일리에 “시즌 초반에는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어 OB가 많이 나면서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다. 성적이 꾸준하지 않고 불안했던 점이 아쉽지만,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우승을 기록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끝난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연장전까지 간 끝에 절친한 신인 동기인 김민별을 꺾고 우승했다. 김민별과의 승부였기에 첫 우승 세리머니도 크게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황유민은 “친한 신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기쁘고, 저도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희가 모두 잘 돼서 나중에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같이 경쟁하고 즐겁게 투어 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황유민은 긍정적인 승리욕도 많다. 앞서 우승 인터뷰에서 자신보다 먼저 우승을 차지한 방신실을 보고서는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도 솔직하게 털어놨던 그는 “친한 선수들이 잘 되는 것도 너무 좋지만 저 또한 신인상과 좋은 성적이 욕심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준우승만 두 번 한 김민별 “하반기에는 기회 잡겠다”
상반기 KLPGA 투어에서 김민별보다 아쉬운 선수는 없다. 연장전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놓쳤다. 김민별은 6월 메이저 대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과 지난달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모두 연장 승부를 벌였지만 각각 홍지원(23)과 황유민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고도 연장전에서 어프로치 샷 실수 때문에 버디 기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니어 무대에서 스무 번이나 넘게 우승했고 지난해 KLPGA 투어 시드전을 수석으로 통과한 김민별에게는 이 부분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하반기에는 (우승) 기회가 왔을 때 꼭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별은 시즌 초에는 짧은 퍼트 실수 때문에 당혹스러운 일을 몇 번 겪었다. 올해 4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5m 버디 퍼트가 홀을 30cm 지나치자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던 그는 마크도 하지 않고 30cm 파 퍼트를 무심코 툭 쳤다. 이 파 퍼트 마저 홀 오른쪽으로 30cm 이상 흘렀다.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던 김민별은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그는 일주일 뒤인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도 마지막 홀에서 4m 파 퍼트가 들어가지 않고 다시 80cm가 남았는데, 이 짧은 보기 퍼트마저 홀 왼쪽으로 치고 말았다. 마지막에 더블보기를 범한 김민별은 이 대회도 공동 4위에 머물며 2주 연속 상금에서 크게 손해를 봤다.
김민별은 “시즌 초반에 퍼트로 아쉬웠던 대회가 많아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또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웨지 샷 연습도 많이 해 대회를 하면서 점점 보완되는 걸 느꼈다. 이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장타자 신드롬 일으킨 ‘괴력 소녀’ 방신실
방신실은 올해 KLPGA 투어에서 가장 극적인 스토리를 써낸 선수다. 시즌 초반에는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4월 프로로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서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때려내며 우승 경쟁을 펼치더니 5월 초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날 16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3위로 마무리했고, 마침내 5월 말 E1 채리티 오픈에서 기다리던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이 가장 기뻤던 까닭은 2025년까지 풀 시드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방신실은 갑상샘 항진증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로 지난해 KLPGA 투어 시드전에서 부진했고 결국 조건부 시드에 그쳤다. 그러나 추천 선수로 나간 정규투어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올해 신인들 중 가장 먼저 우승을 차지하며 신분을 바꿨다.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한 방신실의 인기 비결은 ‘장타’다. 173cm의 큰 키에 평균 드라이브 샷 267.15야드를 날리는 방신실은 올 시즌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방신실이 시즌 마지막까지 이 거리를 유지하면 KLPGA 투어 역대 최장 거리인 김세영(2013년)의 266.94야드를 넘어서는 ‘장타 퀸’이 된다.
100점짜리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한다.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과 맥콜·모나 용평오픈에서 연이어 컷 탈락한 일이다.
그는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아이언과 웨지 샤프트 강도가 약해져 거리가 10m씩 더 나갔다. 거리를 맞추지 못하다 보니 기회조차 만들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면서 “7월 초부터 더 무거운 샤프트를 장착했더니 원래 거리가 잡혀 제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신실은 “중간에 경기가 안 풀리긴 했지만 정규투어에 적응하는, 또 단단한 선수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반기 때도 지금처럼 자신 있게 플레이하겠다. 1승을 더 추가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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