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세 중 대세’ 맨시티, 도쿄 심장에 울려 퍼진 “Hey Jude”와 하늘색 유니폼 행렬[SS도쿄]
[스포츠서울 | 도쿄=정다워기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맨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일본 투어 2023 프리시즌 경기가 열린 26일 일본 도쿄의 도쿄국립경기장에는 무려 6만5049명의 관중이 모였다. 수용 인원 6만8000여명을 거의 채웠다. 평일 저녁에 열린 이벤트 경기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다.
주목할 점은 대다수 관중이 맨시티의 하늘색 유니폼을 착용했다는 것이다. 경기장 한쪽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무리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맨시티 홈 유니폼을 입은 관중은 좌석 전체에 분포돼 있었다. 맨시티 홈구장 분위기가 났다. 경기 전 장내 아나운서가 전광판을 통해 양 팀 선수를 소개할 때도 온도 차가 느껴졌다. 맨시티 진영 함성이 더 컸는데, 선발로 나서지 않은 엘링 홀란과 케빈 데 브라위너의 얼굴이 나올 때 데시벨이 크게 올라갔다.
킥오프 전 도쿄국립경기장에는 하늘색 대형 현수막과 맨시티 대표 응원가인 ‘헤이 주드(Hey Jude)’가 울려 퍼졌다. 헤이 주드는 영국이 낳은 전설의 밴드 비틀스의 대표 히트곡이다. 이 노래는 맨시티가 잉글랜드 1부리그 우승을 차지한 1968년 발매됐다. 비틀스는 리버풀 출신이지만 맨시티는 우승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 헤이 주드를 응원가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도쿄국립경기장은 일본의 심장이라 불리던 축구의 성지다. 1964년 도쿄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이었고, 주요 A매치가 열렸다. 우리에겐 1997년 9월28일 열린 ‘도쿄 대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축구의 역사가 담긴 상징적인 장소를 맨시티 응원가, 그리고 하늘색 물결이 가득 채우는 풍경은 생경했다.
경기장 밖 분위기부터 일방적이었다. 킥오프는 오후 7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경기장 주변은 오후 2시를 지나며 많은 관중으로 북적거렸다. 국립경기장으로 향하는 센다가야역은 유니폼을 입은 관중으로 가득 찼는데 역시나 하늘색이 주를 이뤘다. 같은 시간 바이에른 뮌헨 스토어에는 대기 줄이 없어 곧바로 입장했지만, 맨시티 스토어는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트레블 기념 트로피 앞에서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인원도 수백 명에 달했다. 이 열기가 고스란히 경기장 안으로 이어졌다.
맨시티가 일본에서 ‘대세 중 대세’임을 제대로 확인한 셈이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맨시티는 잉글랜드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회계 법인 딜로이트가 2023년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맨시티는 2021~2022시즌에만 무려 7억3100만유로(약 1조354억원)에 달하는 상업 수입을 기록했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7억1400만유로)를 제치고 수입 1위를 기록한 팀이 맨시티다. 2022~2023시즌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지난시즌 더 많은 매출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맨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나 리버풀 같은 팀과 비교하면 인기를 늦게 얻은 편이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 자본이 유입되기 전까지는 빅클럽이 아니었다. 1968년 우승 후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 4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 11년간 무려 7회나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정도로 최근에는 가장 강력한 ‘포스’를 내뿜고 있다. 구단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했던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손에 넣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젊거나 어린 10~20대 팬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최근 유럽 축구에 입문했다면 맨시티에 빠질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열광적인 응원 속 맨시티는 지난시즌 트레블 달성 팀의 위엄을 보였다. 독일의 명가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2-1 승리했다. 맨시티 선수는 경기 후에도 일본 관중과 호흡하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잭 그릴리시는 유니폼을 벗어 관중석 어린이 팬에게 건넸고, 홀란은 SNS에 일본 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화끈한 팬 서비스로 보답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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