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만 하던 서울대 교수들, 함께 달린 뒤 너무 좋대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헬스클럽에서 길어야 10km를 달리던 김 교수는 야외로 나오면서 거리를 늘렸다. 실내에서 지루하게 달리다 야외로 나오니 달리는 게 상쾌하고 즐거웠다. 15km, 20km로 거리를 늘렸고 21.0975km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30km 이상 달리는 ‘장거리주’까지 소화한 뒤 42.195km 풀코스도 완주했다. 모두 혼자 이룬 것이다. 그는 “마라톤 칼럼 쓰는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전 원장 글을 다 읽었고, 다양한 정보를 찾아 공부하며 달렸다”고 했다.
풀코스 완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마의 30km’ 이후 포기해도 아무도 뭐라 얘기할 사람이 없지만 참고 끝까지 달려 완주했다는 성취감은 안 해본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 교수는 “풀코스를 완주할 때마다 정신 근육이 하나씩 더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리면 모든 고민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까지 3년도 안 돼 풀코스를 14회 완주했다.
“교수들은 연구에 집중하느라 전반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요. 제 나이쯤 되면 다 골골하죠. 조금이라도 일찍 달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달리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2020년 5월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고, 한 달 뒤 스누건달회를 만들었습니다.”
스누건달회 회원은 60여 명. 김 교수는 “연구 때문에 시간이 없는 교수들에게 가장 짧은 시간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운동”이라고 설득했다. 달리기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10명 안팎이지만 열성적인 교수들은 거의 매번 참석해 달리고 있다. 특히 남효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67)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던 남 교수는 “달리니 건강해졌고 지금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분”이라고 했다.
‘공부만 알던’ 교수들이 달리면서 삶의 태도도 바뀌었다. 김 교수는 “마라톤은 한마디로 정신 수양이다. 내가 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육체의 건강이 내 정신 건강하고 직결된다는 것을 체득했다”고 말했다. 남 교수 등 다른 교수들도 같은 생각이다. 김 교수는 “특히 풀코스를 완주한 뒤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 다소 곤란한 일이 벌어지면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젠 차근차근 해결하면 될 것이라는 평안함이 생긴다”고 했다.
스누건달회 회원들은 처음엔 3km도 달리기 쉽지 않았다. 훈련으로 5km, 10km, 20km로 늘렸고 이젠 풀코스를 완주한 교수가 10명이 넘는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나를 포함해 6명의 회원이 풀코스에 도전해 5명이 완주했다”고 했다. 건강 달리기만 하던 교수들에게 “풀코스를 달려야 진정한 마라토너”라고 설득해 이룬 결과다. 이 소식을 접한 뒤 그동안 스누건달회에 관심이 없던 베테랑 마라토너들도 합류하게 됐다.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꿈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 완주자도 있다. 올해부터 매년 봄과 가을 회원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하며 풀코스 완주 기회를 주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젠 ‘마라톤 전도사’가 됐다. 올 3월 병원을 옮긴 뒤 차의과학대에 마라톤 동호회를 만들고 있고, 스누건달회와 함께 달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평소엔 주 2, 3회 피트니스센터에서 고정식 자전거를 1시간 타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80세 넘어서까지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그는 “이 좋은 것을 난 예순둘에 처음 완주했다. 다른 교수들은 더 빨리 입문해 풀코스 완주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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