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

백소용 2023. 7. 2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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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마트폰 충전 단자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C타입은 2014년 처음 나온 뒤 거의 10년 만에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충전 표준 전쟁이 일단락됐다면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북미충전표준(NACS) 규격을 고수해 왔다.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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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마트폰 충전 단자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C타입은 2014년 처음 나온 뒤 거의 10년 만에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C타입을 사용하는 안드로이드폰과 고유의 충전 단자를 사용하는 애플 진영의 양강체제였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충전장치를 C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견고한 체제가 깨졌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아이폰에는 C타입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여러 타입 전선줄 중 맞는 것을 찾아 쓰는 수고도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충전 표준 전쟁이 일단락됐다면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급속하게 확장되는 시장 속에서 다양한 유력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벌이고 있어 양상은 더 복잡하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전쟁의 불을 댕긴 것은 테슬라다. 전기차 충전 방식은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미국·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채택해 온 결합충전방식(CCS), 일본 업체의 차데모(CHAdeMO) 방식, 중국 업체의 GB/T 방식이 있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북미충전표준(NACS) 규격을 고수해 왔다. 최근 테슬라가 충전 기술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테슬라 연맹’에 동참하고 있다. GM, 포드, 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닛산 등이다. 폴크스바겐과 스텔란티스도 NACS 규격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테슬라 진영의 충전 동맹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 기아, BMW, GM, 혼다, 벤츠, 스텔란티스는 26일(현지시간) 공동으로 북미 지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3만개 이상의 고출력 충전소를 설치해 CCS와 NACS 방식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내년 여름에나 첫 충전소를 개장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대부분 업체는 미국에서 테슬라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전을 둘러싼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우선은 미국의 보조금 영향이 크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2026년까지 75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여러 충전 규격을 지원하는 충전기를 설치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테슬라가 충전 동맹을 확대할수록 미래 먹거리인 충전 시장을 선점하기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충전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는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2034년 1230억달러(약 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데이터다. 테슬라의 NACS 충전기를 사용하려면 테슬라 앱을 깔고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타사에 충전기를 개방한 테슬라가 타사 고객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찌감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온 테슬라가 이를 대가 없이 공유하는 것은 이 같은 소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 전기차 충전 표준은 전기차 헤게모니 싸움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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