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정전협정 70주년에 생각하는 국민의 목숨

2023. 7. 2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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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한미군 월북에 즉각 석방 요구
백악관·국무부·의회 모두 한목소리
수만명 국군포로·민간인 北에 억류
국민의 생명 보호는 국가의 의무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앞둔 지난 18일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하였다. ‘음주 폭행’ 등으로 본국으로 소환되어 징계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킹 이병의 무단 월북에 백악관, 국무부뿐만 아니라 미 의회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도 킹 이병의 안위를 걱정하며 북측에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70년 전 수만명의 국군포로와 민간인 납북자가 돌아오지 못한 상태로 전쟁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북한에 붙잡힌 수백명의 국군포로와 민간인들이 버려진 채, 잊혀진 채로 지내온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혹자는 미국 조야의 공식 반응이 얼핏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한국군 탈영병이 무단 월북했다면 우리 정부나 정치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미국이라고 킹 이병의 행위를 가볍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군형법(UCMJ)에도 탈영, 항명은 전시라면 사형에도 처할 수 있는 중범죄이다. 그럼에도 조국을 위해 군복을 입은 장병이 적에게 붙잡히면 ‘누구도 버리고 가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것이 미국의 철칙이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 중 탈영하여 5년간 탈레반에 억류된 보 버그달 병장의 송환을 위해 테러리스트와 교섭하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깨면서 관타나모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탈레반 요인 5명을 석방시키기까지 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TJWG) 법률분석관
반면에 한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나 그 후로도 북한에 포로 송환을 제대로 요구하기는커녕 아직까지도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실태조사 보고서조차 없다. 국방부는 베트남전 중 미국으로부터 명단까지 넘겨받은 국군포로들의 존재를 수십년간 부정했다. 1990년대 이후 평생 탄광에서 강제노역 등에 시달리다가 천신만고 끝에 자력으로 귀환한 국군포로 80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이 중 70명을 ‘간접적 적대행위자’(3등급)로 분류하였다. 지금도 국방부는 국군포로 등급제가 ‘국민 정서’에 부합된다고 주장한다.

민간인 납북·억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시 납북자와 정전협정 체결 후 2000년까지의 미송환 납북자 516명 외에도 지난 10년간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비롯한 우리 국민 6명의 송환은 요원한 상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국력 차나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우리 정부와 사회가 충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지에서 선교사들이 억류되었다면 정부도, 정치권도, 언론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북한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이러한 우리의 ‘북한 예외주의’를 감안하면 북한이 2017년 8월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2018년 5월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선교사를 석방하면서도 한국인 선교사들만 억류를 계속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

국적과 무관하게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그 생명의 가치도 동등하다. 그러나 나라마다 알아보는 국민 목숨의 값어치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적으로 억류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자유와 명예를 되찾아주는 것은 국가와 국민 사이 사회계약의 기초라 할 수 있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군 복무를 한 시민들에 대한 예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관점에서 국군포로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훈장 수여 요구도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1985년 미 의회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을 포함하여 미국이 참전한 전쟁에서 포로 경험을 했던 미군 장병 14만2000여명을 위하여 ‘전쟁포로 훈장(Prisoner of War Medal)’을 창설하였다. 당시 미 국방부는 적에게 생포되는 것은 공적이 아니므로 수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하였으나, 조국을 위해 자유를 희생한 이들을 기리기 위하여 ‘전쟁포로 훈장’ 법안은 통과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냉대를 바로잡고 관심 환기를 위해서라도 우리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TJWG) 법률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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