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갑질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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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5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남은 전범이 잡혔습니다.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입니다.
홀로코스트는 6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사건입니다.
재판과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전 세계에 알려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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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는 6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사건입니다. 독일군을 피해 숨어 살던 열다섯살 소녀가 쓴 ‘안네의 일기’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1961년 4월부터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재판과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전 세계에 알려졌지요. 그는 결국 사형이 선고되어 다음 해 5월 집행되었습니다.
그가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런 엄청난 일을 저지른 사람은 틀림없이 사이코패스이거나 살인을 즐기는 사회부적응자일 것이다.’ 독일 출신인 미국의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과정을 통해 알게 된 그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지요. 그는 유대인을 싫어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준법의식이 뛰어나 모범이 될 정도였지요. 그를 진찰한 정신과의사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일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이상적이라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아렌트도 재판을 참관하면서 아이히만의 지극히 평범하고 모범적이기까지 한 모습에 깜짝 놀랐지요. 재판이 끝난 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내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사람이 심각한 인격장애자나 광신도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고백이었지요.
홀로코스트 같은 어마어마한 사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습니다. 입에 담기도 힘든 무시무시한 일들이 그다지 특별하거나 이상할 것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지요.
갑질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 없이 건넨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대방은 상처받습니다. 반복되거나 심해지면 갑질이라고 신고되기도 하지요. ‘나처럼 모범적인 사람이!’라고 하면서 상대방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이 엄청난 악을 저지르는 이유를 ‘생각의 무능’에서 찾습니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면 올바르게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한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갑질을 예방하는 최고의 해법입니다.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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