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돌아온 소똥구리[동물학 개론/김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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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개천이 흐르고, 소가 풀을 한가롭게 뜯고 있는 곳이면 소똥구리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어 소똥을 동그랗게 빚은 후 여기저기로 굴리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과 맞물려 소고기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구충제와 농약 사용이 크게 늘었고, 방목 축산에서 공장식 축산으로 전환되면서 소똥구리 입장에서의 소위 '철저한 서식지 파괴' 조건이 단기간에 갖춰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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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환경부는 소똥구리를 우선적으로 복원해야 할 종으로 지정하여 복원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간의 연구 진척을 통해 서식지 방사를 할 수 있는 가시적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똥구리를 다시 우리나라에서 살게 할 필요가 있을까? 멸종해 온 생물들이 대개 그렇듯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라지는 것인데 그를 거슬러 되살릴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소똥구리가 사라진 과정이 정말 자연의 섭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전 세계 환경 이슈는 분명 자연의 섭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사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은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자연스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가축의 분변은 소화가 끝난 폐기물이지만 생산자인 식물 입장에서는 필요한 양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분 덩어리가 지면 위에 그대로 방치되고 누적되어 간다면 기생충과 파리 같은 위생해충이 대거 발생할 수 있고 영양물질이 빗물을 통해 하천으로 흘러들어 우리가 마시는 물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소똥구리의 역할은 분변이 지면 위에 방치되지 않도록 분해해 주고 식물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토양 속에 골고루 섞어 주는 것이다. 식물이 더 잘 자라게 됨으로써 온실가스 감소에 기여할 수도 있다.
어렵게 소똥구리를 복원시켰지만 우리의 환경이 그대로라면 소똥구리는 얼마 못 가 다시 멸종하고 말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친환경, 동물복지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방목생태축산농장이 증가하고 있어 소똥구리의 서식 환경이 과거 1960년대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똥구리는 다른 멸종위기종들과 달리 그 서식지가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복원 사업 및 복원 과정도 다른 멸종위기종들과 상이하다. 관계기관 간 협조와 국민의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복원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서식지에서 소똥구리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김영중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 곤충·무척추동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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