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초등교사, 지난해부터 학교에 10차례 상담 요청했었다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 소름 끼쳐”
학교는 “전화번호 바꾸라”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지난해부터 10차례에 걸쳐 학교 측에 업무 관련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사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을 신청했다. 지난해 2건, 올해 8건이다. A씨는 이번 달에만 3건의 상담을 요청했다. 2건은 A씨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A씨는 지난 13일 상담을 요청하면서 전날 발생한 연필 사건을 보고했다. 학교 측은 학생과 학생 학부모의 만남을 주선해 사안을 해결했다. 그러나 A씨는 다시 연필 사건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면서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 “놀랐고 소름끼쳤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조언했다.
A씨는 다른 학생 문제로도 상담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학생과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의 잘못이 아니며 B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지난달에는 “C학생이 이제는 학급에서 ‘금쪽이’가 됐고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학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힘들었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TV 육아 상담 프로그램에서 따온 표현인 ‘금쪽이’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정경희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로 인한 지속적인 업무 스트레스 호소에도 학교 측 상담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며 “학부모 민원 응대를 개별 교사가 아니라 단위 학교나 교육청에서 맡는 등,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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