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민, 역전 결승골…아틀레티코에 ‘K리그의 자긍심’을 보여주다

박강수 2023. 7. 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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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 3-2 역전승
팀 K리그의 이순민(왼쪽 넷째)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 종료 직전 역전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가 약조했던 팬서비스는 ‘진검승부’였다. 두 팀은 흡사 정규 시즌을 방불케 하는 출중한 경기력으로 상암벌을 휘어잡았다.

오후 늦게 소나기가 물러가고 무덥고 습한 공기 속에 잠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초청 경기 1차전은 팀 K리그의 짜릿한 3-2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이틀 전 입국해 한국에서 프리시즌 첫 발을 떼는 아틀레티코는 완성도 높은 축구를 선보였으나 K리거들의 후반 뒷심에 빈틈을 허용하며 패퇴했다. 삼엄한 경기력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5만8903명 관중도 숨을 죽였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유니폼 뒤에 또박또박 한글로 이름을 새긴 팀의 정예 스타들을 선발로 내보냈다. 악셀 비첼과 스테판 사비치, 마리오 에르모소가 백쓰리 수비라인을 구성하고 양 윙백에 베테랑 영입생 세자르 아스필립쿠에타와 임대 복귀한 사무에우 리누를 세웠다. 중원은 로드리고 데폴, 토마 르마, 코케, 최전방에는 앙투안 그리에즈만과 알바로 모라타가 나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앙투안 그리에즈만(가운데)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경기에서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반 3분 데폴의 기습적인 발리 중거리포와 팀 K리그 수문장 이창근(대전)의 슈퍼세이브로 첫 합을 맞추며 두 팀은 격전을 예보했다. 먼저 웃은 쪽은 아틀레티코였다. 전반 13분께 팀 K리그의 코너킥을 끊어내며 시작된 역습을 리누가 영리한 원터치 패스로 돌려냈고, 그리에즈만의 슈팅이 이창근의 선방을 맞고 나오자 르마르가 왼발 발리슛을 휘둘러 골망을 갈랐다. 간결한 전개가 빛난 작품이었다.

유럽에서도 정상급 수비 조직력으로 손꼽히는 아틀레티코는 이날 전반 공수겸장의 미덕을 유감없이 펼쳤다. 중원을 휘어잡는 위치 선정과 효율적인 볼 순환, 침착하고 정교한 공격 작업이 모두 빛났다. 특히 마드리드의 ‘축구 도사’ 그리에즈만은 최소한의 볼터치로 빌드업을 조립하는 고급 플레이메이킹으로 시종 팬들을 즐겁게 했다. 아틀레티코는 전반에만 슈팅 12개를 퍼부으며 압도했다.

팀 K리그 이창근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사무에우 리누(12번)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울산)이 이끄는 팀 K리그는 급조된 조직력 한계 속에서도 ‘K리거의 자긍심’을 걸고 분투했다. 나란히 11골로 현 리그 공동 득점 1위인 주민규(울산)와 나상호(서울)가 ‘빅 앤 스몰’ 조합으로 수비진을 공략했고, “이번 올스타전은 골 넣고 (세리머니로) 춤추고 싶다”던 이승우(수원FC)도 부지런히 뛰었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아틀레티코의 맹공 앞에서 가장 빛난 건 연거푸 선방쇼를 펼친 이창근이었다.

반격에 성공한 건 후반전 멤버들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K리그의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투입됐고 전반 4분께 프리킥 상황에서 세징야(대구)가 띄운 공을 안톤(대전)이 뒷통수로 돌려 경기 균형을 가져왔다. 이번 팬투표 1위에 빛나는 ‘올스타전 킬러’ 세징야의 발 끝에 대전이 사랑하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비수 안톤이 합세해 일군 한 방이었다. 안톤은 이른바 ‘관제탑 댄스’로 기쁨을 만끽했다.

팀 K리그 안톤(왼쪽에서 셋째)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헤더 동점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골키퍼까지 교체하며 후반 스쿼드 다수를 2000년대 초반 출생 유망주로 채운 아틀레티코는 전반만 못한 모습이었다. 팀 K리그는 전반전 0-7로 뒤졌던 유효슈팅은 후반전 5-3으로 뒤집었다. 비등하던 경기는 후반 39분 아틀레티코 공격수 카를로스 마르틴의 추가골이 터지며 기우는가 싶었으나 실점 2분 만에 제르소(인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팔로세비치(서울)가 꽂아넣으며 균형을 맞췄다.

결정타는 팀 K리그에서 나왔다. 마지막 추가시간, 후반 내내 상대 진영을 헤집었던 제르소가 박스 안쪽에서 수비 등을 지며 패스를 밀었고, 광주FC의 이순민이 호쾌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그물에 전율을 일으켰다. 그리에즈만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K리그) 선수들의 전술적 수준이 높았다”라고 했고, 이순민은 “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이정효 (광주) 감독님과 매일 훈련한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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