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원 “사법개편 법안 9월 위헌심사” 네타냐후에 맞불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사법부 무력화 법안에 대해 위헌심사(사법심사)를 진행하기로 26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이스라엘 권력 두 축인 사법부와 행정·입법부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의회(크네세트)에서 가결된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심사를 여름 휴회가 끝나는 오는 9월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결정을 사법부가 제지하지 못하도록 한 사법개편 법안의 위헌성을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성문헌법이 없는 이스라엘에선 기본법이 사실상 헌법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기능을 겸한다.
시민단체는 지난 24일 의회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비롯한 극우 연정이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대법원에 위헌심사를 청구했다. 독일 출장 중이던 에스더 하윳 대법원장은 위헌심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지난 25일 밤 귀국했다. 대법원은 심사 일정과 주심 배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법원이 사실상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을 폐기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법원이 의회를 통과한 일반 법률은 무효로 한 적이 있지만, 기본법을 뒤집지는 않았다”며 “보수 연정이 사법개편을 기본법 개정 방식으로 진행한 이유”라고 전했다. 따라서 대법원이 만약 사법개편 법안을 위헌으로 판단하고 파기를 명령할 경우 이스라엘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NYT는 “대법원이 사법개편 법안 무효를 선언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 결정을 따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거부하면 군과 경찰, 공무원, 하급 법원 등 이스라엘 주요 기관은 행정부와 사법부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법원이 묘수를 발휘할 여지는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헌법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법을 파기하는 대신 법의 영향을 무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이 ‘해석 권한’을 활용해 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8년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고향’이라고 정의한 기본법에 대해 “아랍 시민을 차별하는 내용”이라며 “인권을 보장한 다른 기본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적용을 허가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극우 연정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행정부에 대한 대법원의 쿠데타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연정에 합류한 ‘독실한 시오니즘’의 심차 로드먼 의원도 “대법원은 권한 밖 일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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