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도 쿠데타…‘총구’에 흔들리는 서아프리카 민주주의

박은하 기자 2023. 7. 2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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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현 정부 끝냈다” TV 연설…국경 폐쇄·계엄령 발표
역사상 첫 평화적인 정권 교체 이룬 모하메드 정부 전복
말리 등 최근 4년간 5번째 쿠데타…외세 개입 탓 분석도
“대통령 축출” 성명 발표하는 군부 26일(현지시간) 쿠데타를 일으킨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아마두 압드라만 공군 대령(앉은 이)이 동료 장교들과 함께 수도 니아메에서 국영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제르에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쿠데타는 2020년대 들어 서아프리카에서 5번째 발생한 쿠데타이다.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에 이어 니제르에도 군정이 들어서면서 서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 입지가 좁아지고 지역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니제르 군인 10명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현 정권을 끝맺기로 결정했다”고 성명을 내며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군부는 계엄령과 국경 폐쇄를 발표했다. 니제르에서는 바줌 대통령이 역사상 첫 평화적·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룬 뒤인 2021년 3월 말에도 공군 장교의 쿠데타 기도가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유엔은 니제르 쿠데타 하루 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지역 15개국의 모임인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의 오마르 투레이 위원장은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1800건 넘는 테러 공격이 발생해 약 4600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15개국의 50만명이 난민, 620만명이 국내 실향민이다. 투레이 ECOWAS 위원장은 “민주적 성취의 역전은 서아프리카와 사헬 지역이 한동안 직면해 온 불안과 나란히 전개돼 왔다”고 말했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독립한 서아프리카 지역은 21세기 들어 테러 위협이나 무장 분쟁이 이어지는 중에서도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쿠데타가 반복되고 있다. 식민통치와 독재로 민이 군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후위기, 국제 테러리즘 등이 극심해진 것이 ‘쿠데타 귀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말리에서 2020년 8월 벌어진 쿠데타는 정부와 이슬람 무장세력 간의 갈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가 반군을 제대로 몰아내지 못한다며 군이 불만을 품은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자원 개발을 노리는 러시아와 중국, 기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프랑스, 미국 간 경쟁이 쿠데타를 부추긴다는 설명도 있다. 콩데 기니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적극 협력했다. 자원과 인프라 시설을 중국에 지나치게 넘겨준다는 불만이 내부에 있었다. 말리에서는 러시아와 가까워지며 반프랑스 감정이 일었고, 이 지역의 질서유지군으로 남았던 프랑스군이 철군했다. 안보 공백을 틈타 테러 조직이 더욱 몰려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 상반기 서아프리카에서 테러로 사망한 사람은 4593명에 달한다고 투레이 위원장이 전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2725명, 말리에서 844명, 니제르에서 77명, 나이지리아에서 70명이 사망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 하람’의 발흥지인 나이지리아를 제외하면 군정이 통치하는 곳이다.

내륙국가에서 시작된 위기는 해안 국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던 세네갈은 지난달 야당 대표가 투옥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아프리카 연합(AU)과 ECOWAS는 “니제르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서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니제르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ECOWAS 회원국인 베냉은 쿠데타 중재에 나서겠다고 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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