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이탈리아 대회에 트랜스젠더 남성 지원 쇄도…왜?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 트랜스젠더(성 전환) 남성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8일 미스 네덜란드 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 우승자가 나왔다. 미스 유니버스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국가별 미인대회에 트랜스젠더 여성이 우승한 것은 2018년 스페인에 이어 두번째이다. 지난해 미국 뉴햄프셔주 미인대회에서도 트랜스젠더 여성이 우승했다.
미인대회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트랜스젠더 여성의 우승은 성소수자들의 유의미한 성취로 여겨지며 화제가 됐다. 미스 네덜란드 우승자 리키 콜러는 “어린 시절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을 겪었다”면서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도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을 미인 대회에 참가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미스 이탈리아 대회를 주최하는 파트리치아 밀리리아니는 “우리 규정에는 선천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현재로서는 규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말리리아니는 “최근 미인 대회는 터무니없는 전략을 사용해 헤드라인을 장식하려고 애쓰고 있다”고도 말했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미스 이탈리아 주최 측이 구시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항의시위를 했다. 미스 이탈리아 지역 선발 대회에는 트랜스젠더 남성들의 참가 신청서가 쇄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100명이 넘는 트랜스젠더 남성들이 지원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라치오 지역 예선 담당자인 마리오 고리는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참가 자격이 있지만 남성의 신체적 특징이 담긴 사진을 제출한 일부 신청자들도 있었다”며 “우리는 이 신청자들에게 연락해 대회 참가 여부를 확인했지만, 아직 답장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미스 이탈리아’ 주최 측에 문의한 결과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트랜스젠더 남성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이 심사 기준이 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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