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가장 ‘약한 고리’에 쏠리는 교권 침해
기간제·특수교사·상담사 등
민원 많은 고된 업무 배치
폭언·폭행에도 재계약 눈치
강사들은 보호 제도도 없어
경남의 한 학교 학내상담실에서 전문상담사로 근무하는 A씨는 학생 지도과정에서 학생의 어머니와 갈등을 빚었다. 이 학부모는 자정이 넘어서도, 주말에도 “상담사가 학생을 품어주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해 기분이 나쁘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상황을 설명하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답을 하지 않으면 “나를 무시한다”며 연락을 해왔다. 이 학부모는 도교육청에 “상담사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는 A씨에게 사과를 강요했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교감이 대신 학부모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했다.
‘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학교의 가장 ‘약한 고리’로 쏠린다. 교사가 아닌 상담사·강사, 소수거나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구성원은 민원이 가장 많은 자리로 간다. 정부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법령과 고시 등을 정비하면서 이들 상대적 약자를 보호할 대책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6개월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사립초 기간제 교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 교사가 담당했던 학급에는 행동 교정이 필요한 학생, 학폭과 관련된 학생이 몰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서 발언권이 약한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 교사가 꺼리는 보직이나 담임 등의 업무를 떠맡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전국 중·고교 담임교사 11만295명 중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27.4%, 중·고교 학폭 담당교사(6152명) 가운데는 26.5%다.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담임교사가 병가·휴직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기간제 교사를 구해 해당 학급 담임을 맡기는 사례도 잦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교사 추모집회에서 발언대에 오른 한 초등교사는 “기간제 교사로 일했던 2021년 전임자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반에 배치됐고, ‘국어책을 가져오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첫날 1교시가 끝나자마자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학교로부터 계약 해지 요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소수인 특수교사들은 교내 특수교육 대상자와 관련된 사안을 사실상 전담해서 처리한다. 특수교사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외에도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도전적 행동’을 지도하다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도전적 행동을 제지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학생과 신체접촉을 한 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이 많다. 현장 특수교사들은 도전적 행동을 어디까지 지도해도 되는지 최소한의 지침이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어떤 일이 생겨도 ‘장애학생 일은 특수교사가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가 학교에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상담사·운동부 지도자·예술강사·영어강사 등 ‘교사’ 신분이 아닌 구성원들은 아예 제도적 보호를 받을 길이 없다. 교사가 학생·학부모 등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당했을 때는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는데 비정규직 강사들은 도움받을 방법이 없다. 조순아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강사 선생님들은 계약이 1년 미만이라 문제가 생기면 계약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폭언이나 폭행, 악성 민원 등에 시달려도 문제 삼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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