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전날 ‘제방 무너질 것 같다’ 신고에도 당국 무대응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날인 지난 14일 “(인근의) 미호천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119 신고가 있었지만 이와 관련된 즉각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미호천 제방이 터지면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사망했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119종합상황실 신고접수 녹취록을 보면 지난 14일 오후 5시21분,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한 남성이 “미호천 교량 공사를 하고 있는데 기존 둑을 허물고 교각 공사를 했다. 교각 공사 밑에 임시로 흙을 성토해 (쌓아)놨는데, 차수막이나 이런 것을 안 대놨다”고 신고했다.
이 남성은 “거기가 허물어지면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 날 것 같다”며 “상류에서 지금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은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나”를 물었다. 당시 119상황실 근무자는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한다”면서도 “지금 출동 인력들이 다 지금 거기에(다른 신고에) 대처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갈 만한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근무자는 “구청이나 이런 데 한번 전화를 해보시겠나”라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부실 대응을 감찰 중인 국무조정실이 이런 신고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근무자가 지자체에 연락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다음 시간대 근무자에게 전달하지 않은 점, 신고 사실을 관계 기관에 알렸다면 사고를 막았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등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호강유역협의회 등 충북지역 환경단체로 구성된 ‘미호강 제방 붕괴 원인규명 공동조사단’은 이날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초래한 미호강 제방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존 제방 훼손과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임시제방”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참사를 40여분 앞둔 지난 15일 오전 7시56분쯤 미호천교 확장공사 시공 과정에서 가설한 임시제방 위로 미호강의 유량이 월류했다”면서 “이로 인해 임시제방이 일부 붕괴되며 미호강 강물이 인근 농경지와 지하차도 침수를 초래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꾸려 미호강 제방 붕괴 원인을 조사해 왔다.
윤승민·이삭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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