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실전보다 더 치열했던 아틀레티코 VS 팀 K리그, 패기의 K리그가 웃었다
(베스트 일레븐=상암)
실전보다 더 실전 같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프리시즌 친선전, 팀 K리그는 올스타전으로 나선 경기였지만 물러섬 없는 한 판 승부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27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팀 K리그와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지휘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만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 13분 토마 르마의 선제골로 앞섰고, 팀 K리그는 후반 5분 안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40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르틴이 득점했고, 뒤이어 팔로세비치가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하며 다시 2-2 동점이 됐다. 승자는 팀 K리그였다. 후반 추가시간 이순민의 역전골로 3-2 승리를 거뒀다.
팀 K리그는 수비에 김영권·설영우(이상 울산 현대), 이기제(수원 삼성), 정태욱(전북 현대)을 기용했고, 미드필더로는 백승호(전북 현대), 이승우(수원 FC),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 나상호(FC 서울), 한국영(강원 FC), 최전방에 주민규(울산 현대)를 배치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공격진에는 앙투안 그리에즈만과 알바로 모라타, 사무엘 리누가 위치했다. 미드필더는 토마 르마, 코케, 로드리고 데 파울, 악셀 비첼이 출전했고, 수비 라인에는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스테판 사비치, 마리오 에르모소가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이보 그르비치가 꼈다.
6만 관중의 함성, 김희곤 주심의 킥오프 휘슬에 맞춰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초반 가볍게 볼을 주고받을 때에도 '오'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중앙의 그리에즈만을 기점으로 르마가 왼 측면에서 볼을 몰아 올라가기 시작했고, 전반 2분 만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코너킥 찬스를 맞았다. 데 파울의 강력한 슛을 이창근이 선방해내며 열기를 더했다.
전반 4분, 주민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진을 뚫어내고 회심의 슛을 시도했다. 후방에서 날아든 볼을 잡고 비첼을 제친 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문을 정조준했다. 골문 위로 넘어갔지만, 팀 K리그의 위협적인 첫 슛이었다.
잠시 후 모라타가 왼 측면으로 쇄도하며 빈 공간으로 달렸다. 데 파울의 대각선 패스를 받아 특유의 빠른 슛 타이밍으로 골문 구석을 노렸지만, 이미 부심의 깃발이 올라간 뒤였다. 모라타는 아쉬움을 삼킨 채 돌아서야 했다.
팀 K리그는 오랜 시간 발을 맞춘 한 팀처럼 움직이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11분에는 이기제의 크로스를 받은 주민규가 다시 한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문을 겨냥했다.
팀 K리그의 코너킥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이 시작됐다. 르마의 패스를 받은 그리에즈만의 첫 슛은 골키퍼 이창근에 의해 막혔지만, 르마가 재차 왼발로 때려 넣으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짜릿한 선제골을 안겼다.
전반 16분 팀 K리그도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김영권이 후방에서 길게 때려 넣은 볼이 이승우의 발 앞으로 떨어진 것. 이승우의 슛은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갔다. 이어진 코너킥 찬스에서는 백승호가 키커로 나섰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진의 머리에 맞고 나갔다.
한편, 이창근의 세이브가 또 한 번 팀 K리그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전반 18분 리노의 슛을 막아내면서 추가 실점을 피했다. 이어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너킥 상황에서도 골대를 맞는 행운으로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곧장 역공에 나선 팀 K리그는 코너 근처에서 경합을 이겨내고 나상호의 슛으로 공격을 마무리 지었다. 다시 그리에즈만과 모라타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에 나섰고, 김영권이 태클로 볼을 끊어냈다. 이어진 모라타의 슛은 팀 K리그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면서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리에즈만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강타하며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모라타의 슛까지 이어지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25분, 우측으로 올라간 설영우가 나상호의 발끝을 노렸다. 나상호는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데 파울에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획득했다. 팀 K리그의 첫 프리킥은 이기제가 맡았다. 첫 시도는 수비벽을 맞고 나왔고, 코너킥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문장 그르비치에 의해 잡히며 끝이 났다.
경기 내내 실전과도 같은 치열함이 느껴졌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모인 팀 K리그는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실제 리그를 소화하듯 열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짧은 쿨링 브레이크에도 시메오네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바빴다. 모라타는 팀 K리그 수비진의 집중 견제에 눌러왔던 화를 터트리기도 했다. 스페인어로 소통이 가능한 이승우가 다가가 모라타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을 달랬다.
이창근의 선방쇼는 끝날 줄을 몰랐다. 전반 39분, 리노의 헤더를 힘껏 쳐냈고 이어진 아스필리쿠에타의 슛도 이창근이 지키는 골문을 꿰뚫지는 못했다. 수비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공격수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전반 43분엔 이승우가 골대 옆 그물을 때리는 강력한 슛으로 관중들을 들썩이게 했다.
양 팀 모두 확 바뀐 라인업으로 후반전을 맞이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1명 전원을 교체했고, 팀 K리그 역시 외인들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짰다.
시메오네 감독은 벤치에 있던 앙헬 코레아를 비롯해 사울 니게스, 하비 갈란, 파블로 바리오스, 고미스, 코스티스, 로드리고 리켈메, 카를로스 마르틴, 산티아고 모리뇨, 찰라르 쇠윈쥐, 아이토르 히스메라가 투입됐다. 팀 K리그의 홍명보 감독도 세징야(대구 FC), 그랜트·제카(포항 스틸러스), 제르소(인천 유나이티드), 안톤(대전 하나시티즌), 팔로세비치(FC 서울), 조현우(울산 현대), 황재원(대구 FC), 이순민(광주 FC) 등 전반에 기용되지 않았던 선수들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후반 18분에는 정태욱 대신 헤이스(제주 유나이티드)가 피치에 올랐다.
다소 느슨해진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득점이 터졌다. 후반 4분 만에 팀 K리그가 동점골을 뽑아내며 균형을 맞췄다. 후반 투입된 K리그의 외인들이 대전 하나시티즌의 안톤이 헤더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단단한 수비를 무너트렸다. 세징야의 날카로운 킥이 도움으로 기록됐다. '적장' 시메오네 감독은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후반 40분, 카를로스 마르틴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1분 뒤 제르소가 페널티킥을 획득했고, 팔로세비치가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하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섰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경기 막판 관중석을 벗어나려던 팬들의 발길이 일순간 멈췄다.
물론 후반전 분위기는 전반전과 확연히 달랐다. 양 팀의 목적도 차이가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벤치 멤버와 유스에서 콜업한 선수들을 위주로 전력을 체크했고, 팀 K리그는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에게 모든 선수들을 선보이기 위한 기용이 눈에 띄었다. 스타플레이어가 없어 흥미는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모든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오히려 팬들의 즐거움은 2배가 됐다. 여기에 시원한 골 잔치까지 벌어져 즐거운 쿠팡플레이 시리즈였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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