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방어·억제론 ‘반쪽 평화’…북, 외교협상에 돌아오게 해야[정전 70년]
군사위협 집중하는 미국
비핵화 진전 담보 않은 상태선
남북 평화체제 이루는 것 경계
‘확장억제’ 한·미 동맹 더불어
당국·민간은 지원 등 대화하며
북의 관여 공간 만들어 나가야
정전협정 이후 석 달 뒤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탄생한 한·미 동맹은 지난 70년간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통해 정전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이 됐다. 이는 북한의 협정 위반, 남북 간 충돌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전쟁의 비극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고, 동맹의 범위도 한반도 너머 역내, 안보 이외 경제·기술·우주 분야로까지 확장됐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대화 제안을 거부하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지금 미국은 정전협정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모색보다는 당장의 북핵 억제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소위원회에 출석해 평화협정을 원하느냐는 브레드 셔먼 의원(민주당) 질의에 “지금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때”라고 답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억제력 강화와 더불어 북한을 외교적으로 관여하게 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방어와 억제만으로는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를 달성하는 데 이를 수 없다”며 대화와 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 석좌는 “지금 최대 난제는 비핵화 조치를 떠나 북한이 외교 협상에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면서도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대화를 재개할 여지가 있다면 (대북) 관여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북한과의 ‘평화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며 미국이 선제적 화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인도적 지원,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일시유예, 군사훈련 규모·범위 축소, 부분적 제재 완화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 등이 화해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렌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미, 남북 대화가 재개되면 이상적일 것이고 대화가 어렵다면 중국이 일정하게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둘 다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확장억제 강화와 안보파트너십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정전체제와 ‘쌍생아’(김명섭, 2015)나 다름없는 한·미 동맹을 핵심 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대 한국 정부가 표방해온 기조와 일치한다. 다만 구체적 방안, 우선순위를 놓고 한·미 간 시각차도 표출됐다. 문재인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대북 접근법에서 순서와 시기, 조건 등에서 한국과 관점이 다를 수 있다”(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고 밝혔다. 한국은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의 법률적 파급,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급격한 안보 환경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은 비핵화 진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는 기류가 강하다. 미 의회에 한반도 평화법안이 재발의됐지만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의회 통과 가능성 또한 불투명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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