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주호민 특수교사 신고,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초점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가 있는 자신의 아들을 학대했다며 특수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진 후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주호민은 최근 아들이 다니던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자폐가 있는 자신의 아들을 학대했다며 해당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특수교사를 기소했고, 사건은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곽용헌 부장판사)로 넘어가 아동 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호민은 특수교사가 자신의 아들을 따돌리는 언행을 하고, 아들 행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훈육으로 볼 수 없는 짜증을 냈다고 특수교사를 신고했다. 이 사실이 '유명 웹툰 작가'로 알려지자, 주호민은 자신이 해당 사건의 장본인임을 인정하면서도 "재판 결과를 기다려달라"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주호민이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라며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했지만, 주호민을 향한 비판과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것.
사건은 지난해 9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호민의 아들은 수업 도중 갑자기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했고, 여학생은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아 등교까지 거부해 학교폭력 사안으로 번졌다. 자폐가 있는 주호민의 아들은 평소 일반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는 통합학급 여학생들을 상대로 뺨 때리기, 머리 뒤로 젖히기, 신체 접촉 등 이른바 문제적 행동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가 없는 일반 학생이었다면 무거운 조치가 내려졌을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게다가 피해 여학생 학부모 역시 강제전학, 분리조치를 원했으나 학교에서 중재해 통합시간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또한 주호민의 아들에게 자폐가 있는 만큼, 강제전학 등의 처벌 없이 아들에게 특수교사의 지원을 최대한 배정하고 전교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학교 차원의 방안이 채택돼 사건이 마무리됐다.
주호민은 이 과정에 대해 '돌발행동'이라는 말로만 설명했다. 그는 저희 아이가 친구들에게 돌발행동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저희는 돌발행동이 있을 때 상대 아동 및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려 노력했다"라며 "상대 아동 및 부모에게 사과했으며 정말 감사하게도 사과를 받아들여 아이를 용서하고 원만히 합의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주호민 측의 사과도 있었겠지만, 피해 여학생과 가족들의 납득, 학교 측의 도움이 없었다면 사건은 더 크게 번질 수 있었다. 주호민 가족이 일종의 배려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주호민은 이 일로 말미암은 사건에는 배려를 발휘하지 않았다. 특수교사는 '부메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라는 표현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업 중 피해 학생에게 바지를 내린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과 함께 추가로 '이 행동 때문에 친구들을 못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호민의 아들은 특수학급 수업시간에 교실 밖으로 자꾸 나가려고 했다. 특수교사 입장에서는 앞선 사건으로 분리 조치 된 주호민의 아들이 피해 여학생과 마주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수교사는 "학생을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수업 중 교실을 나갈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단호한 어조로 나갈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학생에게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검찰에 기소됐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표현은 '너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알아?' 등의 표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교사는 "학생을 학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학생의 무단이탈을 막아 학교 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학교폭력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은 힘들고 버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들을 교사로서 잘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것은 학생(주호민 아들)이 그만큼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 이 순간도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제발 도와주시길 간청 드린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주호민은 해당 특수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하고는 돌연 이 상담을 취소했고, 경찰에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과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특수교사에게 자신이 녹음해서 들은 내용을 공유하고, 아들을 학대했다고 판단하는 지점에 대한 해명을 듣거나 사과를 받는 것이 우선일 수 있었으나 주호민은 이 같은 과정을 뛰어넘었다.
심지어 자신의 입장문과는 모순되는 지점이기까지 하다. 주호민은 "경찰 신고보다는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이라고 했지만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곧장 경찰의 힘을 빌렸다.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 힘을 잃는 이유다.
게다가 "아동 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해 교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우며,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만 조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게 돼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라며 이같은 경찰 신고가 교사 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폐 아들을 키우는 나와 우리에 대한 배려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자폐 아들을 키우는 나의 고충을 자극하고, 감정적 불편함을 초래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단 한 톨의 배려도 발휘하지 않았던 일련의 과정은 대중이 주호민의 특수교사 신고에 동의할 수 없게 만드는 지점이다.
게다가 주호민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문에서 특수교사를 돕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다른 학부모들을 비꼬기까지 했다. 주호민은 "해당 교사의 직무가 정지돼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돼 괴로운 마음뿐이다. 그래서 탄원도 하셨겠지요. 이해한다. 이러한 사정을 알려드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더군요"라고 마치 타 학부모들이 상황에 대한 가치 판단 없이 자신의 불편함 때문에 탄원서를 썼다는 듯 언급하기까지 했다.
신고된 특수교사가 평소 투철한 책임감으로 20년 가까이 특수교육에 몸담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의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폐 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모은 카페에서는 '갑질'이라는 주장까지 나온 주호민의 신고가 장애 학생들에게 혐오의 씨앗으로 돌아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러한 모임에서도 "주호민이 경솔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주호민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당장 27일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보고 싶지 않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같은 내용이 쏟아지는 중이다. 다만 제작진은 이미 녹화를 해둔지 오래라 난감한 상황이다. SBS 측은 "이슈와는 관련이 없다"며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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