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라덕연 사태 연루 대주주 수사 질질 끌 일 아니다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지난 4월 24일.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주가조작 사건이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이후 주가조작 주범인 라덕연 무등록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유튜브를 통해 관련 상장사의 오너들을 지목하며 "그들이 주식을 팔아 주가가 폭락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괴한 일이었다. 그리고 3개월. 라 씨를 비롯해 10여 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의 수사 축은 크게 두 가지다. 라 대표를 포함한 일당의 범죄 혐의 수사가 먼저다. 라 씨의 입을 통해 퍼진 상장사 사주들의 공모 또는 연루 가능성이 두 번째다. 사주들의 연루 가능성 혐의는 라 씨 등 일당의 주가 시세조종을 미리 알고 최적의 시점에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얻었는지다.
관련 사주 중에서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목받는다. 김 전 회장은 키움증권 소유주이면서 이사회 멤버다. 증권사는 주식시장의 풍문에 민감하다. 대외로 공표하지 않는 특정 상장사의 주식 거래 유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여러 미공개 정보를 알려고 하면 알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관련 상장사 사주들보다 더 주목받은 이유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여러 경로로 들리는 얘기는 여전히 라 씨 일당의 혐의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사건의 엄중함을 이유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을 적용해 검찰로 신속히 이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속한 처리는 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의 시세조종 조사 전문가 십여 명을 파견받아 진행하고도 재판에 넘긴 인원이 석 달 동안 10여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의 8월 정기인사가 임박해서다. 인사를 앞둔 조직은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라 씨 일당의 기소가 언제 마무리될지도 안갯속이다.
합동수사팀은 상장사 사주들과 관련해 사건 한 달 만인 5월 24일 키움증권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다. 합동수사팀이 기대한 건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김 전 회장과 키움증권 사이에 관련 보고나 정보 파악 지시가 있었다면, 수사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별로 건진 건 없어 보인다.
키움증권은 인터넷 증권사로 출발해 이젠 제6호 초대형 IB(투자은행) 지정을 준비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 증권사와 오너가 주가 조작 사건에 휘말려 문제가 될 경우 받을 징계를 고려하면, 범죄의 실익이 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초대형 IB 지정은 고사하고 회사의 경영권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검찰과 감독 당국이 수사의 고리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서 수사 결과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는 경우다. 가뜩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근거 없는 막말 정치가 횡행하는 상황이다.
주가 조작범이 "회사 오너들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합동수사팀이 이 말에 휘둘릴수록 사건의 진실에서 멀어질 뿐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대주주의 지분 변동이 거의 없는 상장사를 타깃으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주가를 끌어올린 후, 서서히 털어내 차익을 얻으려는 구조였다. 대주주가 주식을 팔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반대로 가장 큰 위험은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노이즈가 발생할 때다.
사실 라 씨가 분통을 터트려야 할 건, 올해 1월에 이미 김 전 회장이 블록딜을 검토했는데도 이를 모르고 또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해 9월 다우데이터 주식 2천주를 사면서 단기매매차익 반환 규정에 묶여 실행하지 못한 점도, 주가 조작범에게 주식을 털어야 할 시기를 알려준 꼴인데, 역시 무시했다.
이 기간이 끝나자, 김 전 회장은 곧바로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정해 4월 20일 블록딜을 실행했다. 라 씨 일당이 2~3주 동안 대주주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더 이상하다. 라 씨가 유튜브에서 분개한 실제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주가 조작은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 범죄다. 사건의 진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금융 범죄 사실의 증거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안다. 그러나 수사에 진척이 없으면서도 여론에 등 떠밀려 사건을 매듭짓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것도 기업을 옥죄는 일이다.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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