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월드컵 챔피언 노르웨이, “아~옛날이여”

시드니/김민기 기자 2023. 7. 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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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전성기 이후 번번이 고배
노르웨이, “희망은 아직 있다”
노르웨이의 아다 헤게르베르그(가운데)가 뉴질랜드와의 1차전에서 골 기회를 놓친 후 아쉬워하는 모습. 헤게르베르그는 2018년 초대 여자 발롱도르 수상자다./AP 연합뉴스

노르웨이 하면 떠오르는 축구 스타는 단연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다. 홀란은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36골)에 오르는 등 52골을 몰아치며 세계 최고 공격수로 올라섰다.

홀란 이전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올레 군나르 솔샤르(50) 등의 스타가 있었지만, 노르웨이는 원래 남자보다 여자 축구가 더 강한 나라였다. 1990년대엔 세계 최강의 면모를 자랑했다. 1991년 여자 월드컵 초대 대회에서 준우승했고, 1995년 대회에선 정상에 올랐다. 1999년 월드컵 4위에 이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땄고, 2007년 월드컵에서 다시 4위를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위세가 꺾였다. 2011년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맛봤고, 2015년엔 16강, 직전 대회인 2019년에는 8강에서 탈락했다. 2003년 2위였던 노르웨이 FIFA 랭킹은 거듭 추락해 현재 12위. 노르웨이는 넓은 저변을 바탕으로 초기 여자 축구 흐름을 이끌었으나, 이후 다른 국가들 수준이 빠르게 향상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잉글랜드 등 남자 축구에 집중하던 유럽 국가들이 여자 축구를 협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노르웨이가 처진 것이다. 노르웨이 여자 축구 리그의 2000년대 초반 UEFA(유럽축구연맹) 랭킹은 4위였는데 지금은 11위로 내려갔다.

노르웨이는 이번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부활을 꿈꿨다. 하지만 오히려 12년 만에 다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위기다. 노르웨이는 1차전에서 개최국 뉴질랜드(26위)에 0대1로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2차전에선 스위스(20위)를 만나 득점 없이 비겼다. 1무1패로 A조 4팀 중 최하위.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3차전에서 필리핀(46위)을 반드시 잡고 스위스-뉴질랜드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노르웨이축구협회는 25일 “희망은 아직 남아있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늘 우승 후보로 꼽혔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여자 축구 강국 일본(11위)은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C조의 일본은 22일 잠비아(77위)를 5대0으로 대파하고, 26일엔 코스타리카(36위)를 2대0으로 잡았다. 일본은 2011년 월드컵 우승, 2015년 월드컵 준우승을 자랑하는 강호다.

잠비아전에서 두 골을 몰아친 미드필더 미야자와 히나타(24·마이내비 센다이)가 팀의 주축. 그는 일본이 2016년 U-17 월드컵 준우승, 2018년 U-20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때 전 경기 출장한 선수다. 이처럼 연령별 대회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대거 성인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나데시코(패랭이꽃) 재팬’은 12년 만의 월드컵 정상 등극을 꿈꾸고 있다. 같은 조의 스페인도 2승을 거두면서 16강에 올랐다.

콜롬비아와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한국(17위)은 27일 베이스캠프인 호주 시드니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30일 모로코(72위)와 2차전 승리가 절실하다. 주장 김혜리(33·인천현대제철)는 “콜롬비아전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다. 우리가 수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면이 있는데, 모로코전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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