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역사의 흐름을 ‘보’처럼 막고 있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년 복역하다 가석방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지난 정부 때 환경정책 성과 모두 부정”
지난 21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면서 지난 정부 때 이룬 환경정책의 성과들을 모두 훼손,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최근에는 4대강 문제로 다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환경정책에 관해서만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기후위기로 인해 한국 사회는 환경 분야에 구한말만큼 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대통령 등 지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이들이 정부를 운영하다 보니 정부가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막는 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최근 환경부가 4대강 보 존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이미 잘못된 점들이 충분히 드러나 있어 더 이상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가 타당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방법으로 보 해체의 경제성을 분석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환경부는 같은 날 이 근거로 지난 정부가 결정한 보 철거와 수문 개방 방침을 뒤집어 4대강 보를 모두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은 경제성과 홍수 예방 효과가 없고, 심각한 수질오염과 녹조를 일으킨다는 사실들이 박근혜 정부 때 이미 드러난 바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들고나올 수 있었고, 그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를 국민이 선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물관리를 환경부로 넘기면서 물관리 일원화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감사원 감사에 대해 “환경이라는 가치를 정치 진영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 가능한 것처럼 치부해버린 것이 문제”라면서 “지금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특히 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생태계가 훼손되고, 수질도 악화하고, 녹조가 심각했던 것을 지난 정부에서 수문 개방 등의 조치로 그나마 개선했다”며 “재자연화를 비롯한 환경부의 4대강 관련 조치들은 모두 이전의 감사원 감사에서 나온 지적을 토대로 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현 정부가 ‘물관리 일원화’마저 흔드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과거 국토부에서 물관리를 하던 때처럼 댐을 더 만들고 상수도를 더 설치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수량 확보만 고려했던 과거의 물관리로 인해 수질 문제는 물론 수생태계 훼손, 생물다양성 감소, 공동체 파괴 문제 등까지 나타나면서 30여년 동안 학계와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이뤄낸 것이 통합 물관리(물관리 일원화)”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해 이전에 수질·수생태는 환경부, 수량은 국토부가 관리하던 것을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그는 “통합 물관리는 인간만 물을 쓰는 것처럼 생각했던 수량 중심 관점에서 생태계까지 통합한 관점”이라며 “이걸 뒤집어 4대강 보를 존치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대형 댐이 물관리 주요 정책이었던 시기로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4대강 보 존치 등 수량 중심의 물관리 정책은 현 정부가 사회가 발전하는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흐름을 역행시키려 한다는 증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환경적인 가치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때는 나름대로 환경부가 자신감을 가지고 정부 내 자기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려 했는데 현 정부에선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보로 막히면서 훼손된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환경부의 최우선적인 임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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