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우산에 ‘멈춤’ 빨간 스티커…‘어린이 안전우산’ 만든 엔지니어들
지난 18일 충남 아산에 있는 하이-엠솔루텍 아산지사 직원 30여명이 투명 비닐우산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학교·병원·사무실에 설치된 시스템에어컨 등 냉난방기기를 수리·점검하는 엔지니어이고, 하이-엠솔루텍은 LG전자의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은 에어컨 엔지니어들에게 가장 바쁜 달이다. 밀려드는 일에 아침부터 차를 몰고 출동 서비스를 나가야 해 한자리에 30여명이 모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30분 동안 비닐우산에 노란 띠를 두르고, ‘멈춤(STOP)’이라고 적힌 빨간 스티커를 붙여 ‘어린이 안전우산’을 만들었다. 안전우산은 지역아동센터에 전달된다.
아이디어를 낸 이는 엔지니어 이경원씨(45·사진)다. 그는 초등학교에 시스템에어컨을 점검하러 갈 때마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마주친다고 했다. 이씨에게는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이 있다.
“비 오는 날에 현장에 가면 어린이들이 본인 키만 한 큰 우산을 들고 골목길을 다녀요.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더 위험하죠. 사고가 날까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안전우산을 쓰면 운전자들이 더 조심하며 다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이 얘기를 듣고 아예 사내게시판에 ‘투명 안전우산을 만들 동료를 모집한다’며 안내문을 올렸다. 충남아산지사 엔지니어들은 물론 서울 본사 등 전국에서 엔지니어 78명이 모였다.
회사에서도 우산과 스티커 등을 지원키로 했다. 충남아산지사 엔지니어들처럼 한자리에 모여 스티커를 붙인 곳도 있고,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오기로 한 곳도 있었다.
“잘 붙이려다 보니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붙이면서 저희끼리 학교 앞에선 운전을 더 조심해야겠다는 말도 했죠.”
이렇게 전국에서 안전우산 80개가 만들어졌다. 직원들은 우산을 모아 28일 지역아동센터 4곳에 전달키로 했다.
이들은 복지시설과 요양원을 다니며 에어컨 필터 청소 같은 재능 기부도 한다. 이씨는 “올여름은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던데 우리가 만든 우산이 아이들 안전을 조금이나마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엔지니어들의 무사고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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