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공격 당해도 참고 있는데…‘아동 학대’ 공격 받는 특수교사 눈물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7. 2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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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대상 10만9000명으로 최다
학생 도전행동이 교권침해인지 애매
아동학대 염려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일부 때문에 상해입거나 트라우마 겪어
지난 1월 13일 대구시 남구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인 대구광명학교에서 열린 2022학년도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3D 프린터로 제작된 졸업앨범에서 친구 얼굴을 손끝으로 찾아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교사 A씨는 한 일반학교에서 지적장애를 겪고 있으면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을 복용 중인 B 학생을 지도하게 됐다. 이 학생은 1년 반 동안 교사 지시 불이행, 주 3회 이상 교실 무단이탈, 교실입실 거부, 욕설, 학습지 찢기, 맥가이버칼 소지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친구들에게 욕설과 협박성 언행으로 소리치는 등의 도전행동(공격행동)을 계속하면서 A씨도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A씨는 학생이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자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교사 C씨는 자폐1급으로 판정받은 D 학생을 맡았다. 이 학생은 손톱이 매우 길었고, 감정 기복이 매우 심했다. 학생은 손톱으로 교사와 다른 학생을 할퀴고 다니며 피해를 끼쳤다. C씨는 학생의 손톱에 긁혀 팔에 피가 나기도 했다. 학부모에게 손톱을 잘라달라고 부탁하고, 교육청에 민원도 넣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C씨는 몸과 마음의 피해가 심해졌고, 트라우마를 겪는 등 고통을 받았다.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회원들이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실질적인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김호영 기자]
최근 학생 중에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학생의 도전행동(공격행동)으로 인해 일선 교사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교사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더라도 이같은 행동이 교권침해인지 판단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고, 아동학대 신고 등 염려로 교사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때가 잦다. 최근 장애학생이 늘어났지만, 장애 학생을 돌볼 인력이 모자라고, 교사들 중에서도 전문적 이해를 가지고 접근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교육부 ‘2023년 특수교육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특수교육 대상자는 10만9703명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9년(9만2958명)보다 약 18% 증가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최근 꾸준히 늘어 2019년 9만2000명대에서 2020년 9만5420명, 2021년 9만8154명, 2022년 10만3695명, 2023년 10만9000명대로 증가했다. 학령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특수교육대상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수교육대상자 증가가 예전보다 ▲특수교육이나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조기검진 등을 통해 어릴 때부터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었으며 ▲학부모들이 1~2명 자녀만 키우는 사례가 많다보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일어나는 일로 분석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지난 25일 학교 정문에 추모 공간이 차려져 있다. [김호영 기자]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특수학교나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에 가거나, 일반학교로 진학해 일반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과 특수교육 대상자만 모여 수업을 듣는 ‘특수학급’ 등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올해의 경우 특수학교나 교육지원센터로 진학한 특수교육대상자는 전체 26.7%(2만9236명)이고, 일반 학교로 진학한 학생은 73.3%(8만467명)이다.

교육 현장에선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일부 학생 때문에 업무 과중이 일어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장애 학생들이 자기 의사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악의 없이 불편함에 따라 도전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해를 입게되는 모든 상황을 교권침해 행동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청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E씨는 “한 명의 문제 학생이 30명의 다른 학생보다 더 힘들 때가 있다”며 “교사 입장에선 이런 학생들의 문제행동이나 공격행동 등을 교사가 다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 장애 학생을 돌볼 인력이 모자라고, 교사 중에서도 전문적 이해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진단한다. 특수학급의 과밀도 문제점 중 하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 등에 따르면 특수학급에서 학급당 학생 수는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등 과밀지역에선 법정인원을 초과해서 10명까지 배정된 학교나 학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특수교사노조(특교조) 관계자는 “도시의 경우 장애 학생이 보통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받길 원하면 특수학급의 정원이 다 찼더라도 배치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런 경우에는 법적으로 특수학급을 늘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결국은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관리와 업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 역시 적절한 교육기회를 갖지 못하는 피해를 입는다. 다른 학생들 역시 선의의 피해를 볼 때가 많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관리자가 문제 학생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거나 협력교사 등 인력배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특교조 관계자는 “장애 학생은 고의적인 공격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열기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교사가 교보위를 열지 않고, 개인적 치료를 하고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 E씨도 “중증화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세밀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며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문제가 되는 학생들에 대해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일반학급에는 위기학생인 ADHD학생, 경계성지능, 분노조절장애 등이 있는데 이들 학생은 특수반에 편입되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로 일반학급에 편성될 때도 많다”며 “일반학급 선생님들은 폭력적이고 돌발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까지 감당하라고 하면 제어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학생에 의한 폭언 폭행이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학교에, 교사에 맡겼으니 떠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큰 학생은 외부에 교육청 담당의 전문적 진단, 상담, 치료, 회복시설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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