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평고속도, 국조·노선 재조사·김건희 땅 신탁 다 필요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경기 양평군을 찾아 “서울~양평고속도로에 ‘특정인 게이트’라는 오물이 쌓였다”며 “오물을 해결하면 전문가·주민 의견을 반영해 최대한 빨리 도로를 놓겠다”고 밝혔다. 노선 변경 과정의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오물’로 폄훼하고, 의혹을 제기한 야당 사과를 전제로 사업 재개를 약속한 것이다. 백지화도 재추진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사과 한마디 없이 ‘기승전·야당’ 탓만 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고속도로 사업이 중단된 것은 지난 6일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 때문이다. 노선 변경과 김 여사 특혜 의혹 해명은 없이 느닷없이 사업을 뒤엎더니, 내내 화살을 야당에 돌렸다. “오물을 치워야 해 불가피하게 중단했다”는 원 장관이나 “충격요법이었다”는 국토부 모두 아전인수식 행태만 일관한 것이다. 원 장관은 이 의혹투성이 사태를 사과하고, 여야는 국정조사로 종점 변경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주무장관이 본질을 회피하니 오락가락·거짓 해명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지난 26일 고성이 터진 국회 국토위가 그랬다. 처음엔 변경 주체를 ‘양평군’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민간 용역업체가 타당성 조사 착수 약 두 달 만인 지난해 5월 대안(강상면)을 먼저 제시했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용역업체가 용역도 끝나기 전 대안 노선을 제기하고, 막 출범한 정부가 그대로 따랐다는데 전문가들은 “참 이례적”이라고 갸웃거린다. 상임위에선 대안 노선의 경제성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용역업체의 진도보고서 제출을 요구하자 원 장관은 “작성 안 된 자료라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자료가 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다. 원 장관은 김 여사 일가 땅은 수변구역이라 개발할 수 없다고 했다가 그보다 악조건의 양평 공흥지구에서 개발이익을 거뒀다는 지적에 머쓱해했다. 국토부가 예타에서 비용은 22% 줄이고 교통량은 20% 많게 총사업비를 추산한 사실도 드러났다. 자료 누락·은폐에 엉터리 해명·셈법을 내놓은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야당은 사업 내용 55%를 바꾸는 종점 변경 의혹의 전모를 국정조사로 밝힐 것을 요구하고, 국회가 노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최적의 노선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과정을 거쳐 의혹이 풀리고 노선이 결정되면 사업을 재개할 수 있으니 원 장관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형 국책사업에서 권력과 부동산의 고리는 특혜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해충돌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필요하고, 이 문제는 김 여사 일가 땅을 백지신탁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원 장관은 국회 요구를 받아들여 윤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적반하장식 처신으로 국책사업이 정쟁화된 걸 자성하고, 이제라도 사태의 혼선을 책임지며 출구를 찾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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