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1.9조 더 쌓고도 상반기 9조 이익 낸 4대 금융지주

이병훈 2023. 7. 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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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
KB, 충당금 전입금 1.3조에도
2.9조 순이익 ‘리딩뱅크’ 지켜
신한, 충당금 6016억 늘리면서
순익 2.6조로 2022년보다 2.1%↓
하나, 순이익 사상 첫 2조 돌파
우리, 충당금 제외땐 이익 증가
2022년 15.8조 수익 경신 기대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가 견조하게 이어진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 증가 등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9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이다. 연체율 증가 등 불안 요인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대손충당금을 2조원 가까이 늘렸음에도 막대한 이익을 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조1824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8473억원)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의 반기 기준 순이익이 9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4대 금융지주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이자수익 증대로 지난해 연간 15조85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리가 동결된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를 뛰어넘는 수익을 내면서 연간 최대실적 경신을 사실상 예약했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2배가량 늘렸음에도 최대 실적을 갱신한 점이 눈에 띈다.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분류돼, 이를 늘리면 반대로 이익은 줄어든다. 이들 금융지주가 상반기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3조924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963억원) 대비 무려 1조9279억원(96.5%) 늘어났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연체율 상승에 따른 금융 불안에 당국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충당금으로 줄어든 순이익까지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수익성은 더욱 좋았다는 뜻이다. 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4대 지주에서 모두 늘어난 데다, 일부 금융지주의 비이자수익이 대폭 늘어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KB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조9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하며 1분기에 이어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충당금 전입액을 1조319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439억원(177.4%) 늘렸음에도 3조원에 육박하는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순이자이익이 5조75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하고, 기타영업손익이 플러스 전환하면서 총영업이익이 25.8% 증가한 데 힘입은 결과다.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조6262억원으로 2.1% 감소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판매관리비가 증가하고 충당금 적립을 늘리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충당금전입액은 1조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9억원(67.8%) 늘렸다.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은 각각 3.3%, 21.5% 증가하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개선되는 등 견조한 역량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209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2조원을 넘겼다. 전년 동기(1조7325억원) 대비 16.6% 증가한 규모다. 충당금 전입액은 7774억원으로 전년 동기(4222억원) 대비 3552억원(84.1%) 증가했다. 충당금을 3500억원 넘게 늘리고도 이익이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비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6.5% 급증하고, 이자이익도 2.0% 늘어나며 최대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 충당금을 3104억원 확보하는 등,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53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줄었다. 같은 기간 충당금적립액을 3209억원(64.6%) 늘린 영향을 받았다. 충당금을 제외한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상반기 순영업수익은 5조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미래 경기 대응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도 함께 내놨다. ‘실적 파티’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했다는 풀이다. 이들은 일제히 1주당 180∼600원의 2분기 배당을 결의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일반적으로 1주당 가치가 높아져 주주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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