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1.9조 더 쌓고도 상반기 9조 이익 낸 4대 금융지주
KB, 충당금 전입금 1.3조에도
2.9조 순이익 ‘리딩뱅크’ 지켜
신한, 충당금 6016억 늘리면서
순익 2.6조로 2022년보다 2.1%↓
하나, 순이익 사상 첫 2조 돌파
우리, 충당금 제외땐 이익 증가
2022년 15.8조 수익 경신 기대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가 견조하게 이어진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 증가 등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9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이다. 연체율 증가 등 불안 요인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대손충당금을 2조원 가까이 늘렸음에도 막대한 이익을 냈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2배가량 늘렸음에도 최대 실적을 갱신한 점이 눈에 띈다.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분류돼, 이를 늘리면 반대로 이익은 줄어든다. 이들 금융지주가 상반기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3조924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963억원) 대비 무려 1조9279억원(96.5%) 늘어났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연체율 상승에 따른 금융 불안에 당국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충당금으로 줄어든 순이익까지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수익성은 더욱 좋았다는 뜻이다. 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4대 지주에서 모두 늘어난 데다, 일부 금융지주의 비이자수익이 대폭 늘어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209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2조원을 넘겼다. 전년 동기(1조7325억원) 대비 16.6% 증가한 규모다. 충당금 전입액은 7774억원으로 전년 동기(4222억원) 대비 3552억원(84.1%) 증가했다. 충당금을 3500억원 넘게 늘리고도 이익이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비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6.5% 급증하고, 이자이익도 2.0% 늘어나며 최대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 충당금을 3104억원 확보하는 등,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53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줄었다. 같은 기간 충당금적립액을 3209억원(64.6%) 늘린 영향을 받았다. 충당금을 제외한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상반기 순영업수익은 5조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미래 경기 대응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도 함께 내놨다. ‘실적 파티’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했다는 풀이다. 이들은 일제히 1주당 180∼600원의 2분기 배당을 결의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일반적으로 1주당 가치가 높아져 주주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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