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AI·금지된 영상… 공포가 안방을 덮친다 [엄형준의 씬세계]

엄형준 2023. 7. 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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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 틀 깬 OTT 공포영화 4선
피기
학교폭력 가해자 납치 목격한 주인공
복수·양심 선택의 기로… 관객에 질문
메간
부모 잃은 소녀가 선물받은 AI로봇
진화해 나가며 섬뜩한 무기로 변해
마루이 비디오
의문의 비디오로 살인사건 진실 마주
페이크 다큐 형식… 현실감 등골 ‘서늘’
똑똑똑
낯선 침입자들의 숨 막히는 선택 강요
‘가오갤3’ 바티스타 절제된 연기 압권
무더운 여름은 으스스한 공포영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공포물 하면 으레 귀신, 좀비, 엑소시즘 등이 떠오르는데, 올해 극장에서 개봉한 공포·스릴러 중에선 이런 공포의 전형을 깬 작품들이 꽤 있다. 소재는 물론이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방식, 주제의식도 독특한 영화들. 올해 휴가 목적지를 ‘방콕’(방 안)으로 정한 이들을 위해, 조금은 색다른 올해 공포·스릴러 개봉작 중 현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모아 소개한다.
◆피기… 복수와 죄책감 사이

스페인 스릴러물인 피기는 ‘돼지’라 자신을 부르며 괴롭히던 동급생들이 납치되는 걸 목격한 푸줏간 집 딸 ‘사라’의 이야기다.

사라는 이 끔찍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범인의 얼굴까지 알고 있다. 피기는 친구들에 대한 미움과 살인범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무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속으로 끙끙 앓는다.

피기에게 견디기 힘든 수치심을 주는, 그래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친구들의 언어·육체적 폭력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의 죽음에 침묵해도 되는 것일까. 마치 악마 메피스토의 속삭임처럼 피기를 대신해 벌을 주는 살인마는 피기의 영혼을 잠식해 온다. 영화는 스릴러인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괴롭힘과 인간의 양심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은 던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지만, 청소년이 보기엔 수위가 높다.

◆메간… 이제 공포도 AI

‘메간’은 조금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포물이다. 이 영화에선 악인의 영혼이 빙의한 ‘사탄의 인형’인 ‘처키’를 대신해 인공지능(AI) 로봇인 ‘메간’이 등장한다.

장난감 회사에 다니는 케이디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8살의 조카 젬마와 살게 되고, 자신에게 좀처럼 마음을 문을 열지 않는 젬마에게 개발 지연으로 폐기 위기에 놓인 메간을 선물한다. 학습능력을 갖춘 키 150㎝가량의 티타늄 소재 로봇인 메간은 인간처럼 대화하고, 함께 그림을 그려주며 놀 수 있는 지능을 갖췄다.

처음엔 그저 안전한 장난감이었지만, 터미네이터도 아닌 장난감으로는 과한 티타늄의 몸체에 강력한 힘을 보유한 AI는 자아를 갖춰 나가며, 무서운 무기로 변모해 간다.

12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국내에서 23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지만, 전 세계적으로 1억76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흥행 성공작이다. 국내에선 15세 관람가.
◆마루이 비디오… 현실 같은 생생함

‘마루이 비디오’는 ‘목두기 비디오’를 찍은 윤준형 감독의 작품으로 절대 공개돼서는 안 되는 의문의 비디오를 손에 넣은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발생한 한 달간의 사건 기록을 다룬다.

김수찬PD(서현우)는 1992년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의 증거물로, 검찰청 지하에 수위가 높아 외부 유출이 금지된 영상을 뜻하는 ‘마루이 비디오’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19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가상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를 현실처럼 느끼게 한다. 무언가를 쫓거나 쫓기는 상황에서 흔들리는 카메라와 불쑥 화면 안으로 등장하는 사물, 영상에 포착된 기현상은 머리를 쭈뼛쭈뼛 서게 만든다.

◆똑똑똑… 잔인한 선택의 강요

‘똑똑똑’은 폴 G. 트렘블레이의 소설 ‘세상 끝의 오두막’을 원작으로 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공포 스릴러다.

한적한 오두막집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동성 부부와 입양아 가족에게, 낯선 다섯 사람이 흉측한 무기를 들고 찾아온다. 침입자는 가족을 위협하며 무엇인가에 대한 선택을 강요한다. A나 B, 둘 다 좋은 결과가 아니라면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감독은 이 답 없는 문제를 통해 관객에게 압박감을 선사한다.

영화의 압권은 데이브 바티스타의 연기다. 바티스타는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올해 국내 극장 개봉작으로 420만명의 관객을 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에서 힘쓰는 개그 캐릭터인 드랙스 역할을 맡았다. ‘똑똑똑’에서는 절제된 진지함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똑똑똑’은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찾아봐도 시간이 아깝지는 않는 작품이다. 15세 이상 관람가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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